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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높이라더니..박근혜 ‘밀실인사’ 논란
칼날 쥔 공천위, 출범 전부터 도덕성 치명타
2012-02-02 11:34:14 2012-02-02 11:34:14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도대체 누가 누구를 심사하겠다는 거냐”
 
1일 진영아 공천위원의 자신사퇴를 지켜본 한 친이계 중진의원의 일갈이다.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가 출범 직전부터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라며 극찬했던 ‘평범한 주부’ 진씨는 정당 전력과 학력 등 자신의 이력에 대한 거짓이 드러나자 인선 하루 만에 공천위원직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평범한 주부.. 이면엔 화려한 정치이력
 
평범한 주부 출신으로 정당 가입 경력이 전혀 없다던 비대위와 진씨의 말은 정치활동 경력으로 빼곡한 그의 실제 이력 앞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진씨가 2009년 6월 한나라당 중앙위 총간사로 임명될 때 직접 작성한 그의 이력서에는 2001년 당 여성정치아카데미 부회장을 시작으로 2002년과 2007년 대선 당시 당 중앙선대위에서 각각 여성위원, 언론특보로 활동했다고 기재돼 있다. 또 2009년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을 지냈다고 적혀 있다.
 
진씨는 지난해 9월까지도 당 중앙위 산하 산업자원분과위 대외협력위원으로 활동했고, 7.4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명부에는 ‘중앙위 주요당직자’로 분류돼 있다.
 
특히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조직이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현 ‘뉴한국의 힘’)의 대변인까지 맡았었다. 이후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학력도 주요 논란거리였다. 한나라당은 공천위원회 인선 당시 진씨의 학력을 ‘고려대 행정학 학사’로 발표했으나 이후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졸업’으로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진씨는 언론의 취재에 오락가락 해명과 거짓말을 더해 논란을 확대 재생산했다.
 
◇공천위 권위 추락.. 박근혜식 ‘독단의 정치’ 폐해
 
뿐만이 아니다.
 
문화공연계를 대표해 인선된 홍사종 공천위원의 경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2년 경기도지사 선거를 도운 것을 인연으로 경기도 산하 문화예술회관 관장을 맡았고, 2007년엔 손 전 대표의 대선캠프에도 참여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출신인 서병문 위원은 17대 총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입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의 지나친 비밀주의 밀실인사가 끝내 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안 유지해만 신경 쓴 나머지 정작 인사의 주요절차인 사전검증은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기초적 신상조차 제대로 파악 못 하면서 인사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아군과 적군조차 구별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쇄신파 의원은 “1인 체제가 갖는 극명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31일 공천위 인사 발표 직후 황영철 대변인은 “전적으로 박 위원장이 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경로로 추천을 받았지만 인선 작업은 이학재 비서실장을 비롯한 최측근 몇 사람과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물며 인선 발표 당일이 돼서야 비대위원들이 명단을 확인할 정도로 박 위원장은 보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결국 언론이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가 단행, 출입기자들은 낙종에 허탈해했지만 인사검증 부재에 따른 모든 책임과 부담은 박 위원장이 지게 됐다.
 
동시에 출범 전부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공천위가 엄격한 잣대를 기준으로 인적쇄신에 돌입할 수 있을지, 또 그 정당성은 무엇으로 확보할지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공천위 자체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낙천 당사자들의 반발은 상당한 명분을 쥐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근혜식 독단의 정치가 당에 가져단 준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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