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의 고민..자사주를 늘려라
현대그룹 상장사들, 자사주로 경영권 강화? 주식 취득 잇달아
입력 : 2011-08-18 08:25:48 수정 : 2011-08-18 08:35:33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뉴스토마토 황상욱기자]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그룹의 주요 상장사들이 주가 약세를 틈타 잇달아 지분 취득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 10일 현대증권과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을 체결했다고 공시한데 이어, 현대증권도 12일 장 마감 후 보통주 340만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상선, 현대증권에 이어 외국계 2대주주의 간섭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도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행보는 현대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영권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수차례 걸쳐 경영권을 도전받아온 현대그룹이 주가 하락기에 계열사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고, 혹시 모를 적대적 세력의 주식 매입을 저지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현대그룹은 비상장사인 현대로지엠, 상장사인 현대엘리베이(017800)터, 현대상선(011200), 현대증권(003450)·현대아산·현대유엔아이, 그리고 다시 현대상선이 현대로지엠의 대주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연결고리 중 현대엘리베이터나 현대상선만 차지한다면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 현대그룹, 경영권이 불안한 이유
 
범(凡)현대가(家) 중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을 기점으로 사실상 ‘적대적 관계’가 된 상태다. 또 현대중공업(009540)과 현대그룹도 과거 몇 차례 부딪히면서 신경전을 벌여온 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그룹의 순환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중 하나인 현대상선의 지분구조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현정은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현대상선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지난 분기보고서 기준 대략 25% 수준. 반면 현대중공업측도 현대상선 지분 23%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며 현대차그룹도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을 통해 8%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현대그룹은 과거 2003년부터 몇 차례에 걸쳐 ‘시숙’과 ‘시동생’들의 경영권 공격을 간신히 버텨냈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지배력 강화는 현정은 회장의 숙원이다. 올 3월에도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위협은 더욱 구체적이다. 2대 주주인 쉰들러(Schindler Deutschland Gmbh)와 계열사측의 지분이 30%가 넘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시시때대로 현대그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진배없다.
 
◇ 소외된 현대그룹, 지분 확대만이 살 길
 
18일 현대증권 관계자는 최근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여 (이사회에서) 주가 안정 취지에서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이력을 보면 현대그룹은 지난 2003년에서 2006년까지 KCC(002380), 현대중공업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았고 올 초 현대건설 인수전을 치르며 현대자동차그룹과도 마찰음이 일었다. 얼마 전 범현대가(家)가 5000억원을 모아 사회복지 재단을 만들기로 했지만 여기서도 빠졌다. 사실상 현대 계열에서도 '왕따'가 된 셈이다.
 
거기다 그룹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책임지는 현대상선은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상반기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에 빠져 있다. 그룹의 역량을 모았던 현대아산은 북한 금강산 사업 좌초 등으로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지분을 늘리고 현대상선이 다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늘리는 등 계열사 간에 복잡한 구조로 지분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 정통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금융감독당국이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완화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 기회에 현대그룹이 최대한 자사주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주식 매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 황상욱 기자 eye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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