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노량진5구역 정비사업 철거 현장. (사진= 박선영)
조합원들이 이주를 마치고 막대한 사업비 대출이 실행됐음에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멈춰 선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늘고 있습니다. 철거와 오염토 처리 난항부터 조합 내부 갈등까지, 이주 이후 멈춰버린 정비사업의 실태와 그에 따라 불어나는 금융비용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9곳에서 조합원 이주와 2조원대 대출 실행이 이뤄졌지만 실제 본공사는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지원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사업장별 착공 일정과 공사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지역 착공지연 사업장 상세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9곳의 조합원 이주율은 모두 100%였지만 실제 본공사에는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사업장의 공급 예정 물량은 총 1만194세대입니다.
9개 사업장에 실행된 사업비·이주비 대출은 2조102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출잔액은 1조6868억원으로 전체 실행액의 80.2%에 달했습니다.
착공신고 마친 2곳도 본공사는 아직
9곳 가운데 관악구 신림2구역과 종로구 신영1구역은 착공 신고까지 마쳤지만 HUG 조사 당시 실제 본공사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행정상 착공 신고와 실제 본공사 착수 시점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착공 실적에는 신림2구역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첫 주택 공급 정례 브리핑에서 올해 9월까지 수도권 민간정비사업 1만7000호가 착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착공 사업장으로 흑석11구역과 중계본동, 신림2구역 등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HUG는 같은 9월 말 기준 신림2구역을 착공 신고는 마쳤지만 본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사업장으로 분류했습니다. 정부의 착공 실적과 실제 현장의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볼 때 행정상 착공과 본공사 착수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대목입니다.
착공 예정일이 수년씩 미뤄진 사업장도 있습니다. HUG 자료상 서초구 방배13구역의 착공 예정일은 당초 2022년 9월에서 올해 12월로 51개월 변경됐습니다. 신림2구역은 2023년 4월에서 올해 12월로 44개월, 신영1구역은 2023년 10월에서 올해 12월로 38개월 늦춰졌습니다.
이는 최초 착공 예정일과 변경된 예정일을 비교한 것으로, 조합원 이주를 마친 이후 경과한 기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 3개 사업장은 HUG 자료에서 보증 기간 연장 이력도 확인됐습니다. 세 곳의 대출 실행액은 1조531억원, 대출잔액은 6609억원입니다.
연내 7993세대 착공 계획…일부 일정 미정
HUG가 9월 말 기준으로 파악한 일정에 따르면 9개 사업장 가운데 6곳·7993세대는 올해 10~12월 착공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3곳·2201세대는 내년 착공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는 당시 제출된 사업 일정으로, 실제 공사 착수 여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방배13구역은 구체적인 착공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서초구청은 해당 사업장의 기존 건축물 해체가 완료돼 착공을 앞두고 있지만 착공 예정일은 미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연내 착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도 정비사업 착공을 앞당기기 위해 사업장별 공정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는 지난 13일 올해 착공 목표로 관리해 온 25개 정비사업장 가운데 14곳·약 1만5000호가 착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11곳·1만6117호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조합·시공사·자치구와 공동 협력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다만 서울시의 착공 관리 대상과 HUG가 집계한 착공 지연 9개 사업장은 대상과 기준 시점이 다릅니다. 두 기관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사업장별 실제 공사 착수 여부와 변경된 일정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HUG는 서울 소재 보증 관련 사업장 93곳의 대출 실행과 공사 진행 상황을 매월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착공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 관할 지사가 본사에 보고해 중점 관리하고, 1년 이상 지연되는 등 대출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예상되는 경우 사업성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김남근 의원은 HUG의 보증을 줄이기보다 금융지원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HUG가 착공 지연에 따른 비용과 대출 상환 위험을 점검하고, 관계기관은 사업장별 착공을 가로막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김 의원은 "주민에게 중요한 것은 보증서가 발급됐는지, 착공신고를 했는지보다 실제 공사가 언제 시작되는지"라며 "금융지원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사업장별 걸림돌과 해결 일정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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