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동에 코스닥 상폐 유예…코스닥 기업 재정비 향방에 '촉각'
거래소 후속 절차 유예…거래 정지에 관리종목 꼬리표는 그대로
소명 기회 없는 퇴출에 기업 불만 가중…정책 엇박자 우려
시총 단일 기준 비판 거세…PBR 기준·2~3년 개선기간 도입 주장
2026-10-08 16:46:53 ㅣ 2026-10-08 16:46:53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법원이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절차에 제동을 걸었지만 코스닥 상장사들은 안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리종목 꼬리표는 그대로인데 기준을 둘러싼 정부 부처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상장폐지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지=챗GPT)
 
8일 코스닥 상장사들에 따르면 지난 7일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미달 종목의 상장폐지 절차를 유예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기업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원래 45 거래일 연속 시총 미달로 8일 상장폐지 결정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천만다행"이라며 "상한가를 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으니 유예되는 기간 동안 실적을 올리고 시총 기준을 맞춰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름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거래소 답변이 정확하지 않아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제일 우려되는 것은 향후에 45일 연속 기준을 맞추지 못해서 소급 적용해 상장폐지 결정이 갑작스럽게 내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전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한 상장사 관계자는 "서로 다른 부처에서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정리한 뒤 정책을 발표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면서 "상장폐지 요건 강화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데 사전에 조율조차 없어 엇박자가 난 것 같다"고 질타했습니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시총 기준 자체보다 이의신청 등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과 기준 적용 시기를 앞당긴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시총 미달 종목의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리종목 지정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가처분 결정에는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절차는 멈췄지만 꼬리표는 남았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면서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던 종목들이 8일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상장폐지 절차만 멈췄을 뿐 관리종목 지정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연테크(044380), 케이엠제약(225430) 등은 거래 정지가 지속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장폐지 요건 손질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선한 의도로 시작하더라도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잘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성급하게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관리종목 지정이 악순환을 부른다는 호소도 나왔습니다. 지정 이후 투자 기피와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회복이 오히려 막힐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자금과 경영 역량이 사업 경쟁력 개선보다 주식병합과 주가 방어 등 단기 대응에 쏠리는 점도 부담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퇴출 과정의 소명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장할 때는 기업별 상황을 심사하면서도 시총과 동전주 사유로 퇴출할 때는 사업의 계속성과 개선 가능성을 설명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짚은 절차 참여권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시총 자체의 타당성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시총과 주가는 수급과 발행주식 수의 영향을 받는 만큼 낮은 시장가격이 곧 기업 부실을 뜻하는지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 "시총 아닌 PBR·PER로 봐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시총 단일 기준에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시총이 낮다는 이유로 상장폐지시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가 목적이라면 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과 PER(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로 보는 게 맞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시총이 200억원이어도 PBR이 2~3이면 잘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시총과 PBR을 함께 고려하는 조건이었다면 기업과 주주들이 납득했을 텐데 정부는 관련 전문가들과의 심층적인 논의 없이 이 같은 요건을 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장폐지는 사실상 사망선고"라며 "2~3년의 개선기간도 부여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한편,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시가총액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기업을 판단하면 부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금융위원장과 토론해서라도 의견을 반영해 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앞서 이 장관은 의원 시절 최대 주주가 상속·증여세 부담을 고의로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발의한 바 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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