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은행권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은 석 달 연속 둔화했는데요. 대출금리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91조5366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5719억원 증가했습니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입니다.
기업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대기업입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201조4634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4888억원 늘었습니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7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한 셈입니다. 지난해 말 170조2992억원이었던 잔액은 매달 늘어 9개월 만에 31조원 넘게 불어났습니다. 월말 기준 200조원을 넘어선 것도 올해 처음입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의 증가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잔액은 690조731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83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은 지난 7월 2조7330억원, 8월 2조5367억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줄었습니다. 내수부진이 길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자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둔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9%p(포인트) 오른 0.91%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은 1%까지 올라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77%로 집계됐습니다.
은행들이 바라보는 중소기업의 신용위험도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서 은행권이 전망한 3분기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는 25로 대기업의 8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중동 정세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상환능력 저하와 부실 가능성에 대한 은행권의 우려도 커졌다는 설명입니다.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는데요.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지난 6~8월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4.19~4.40%로, 직전 3개월보다 하단이 0.09%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 금리 역시 4.01~4.65%로 하단이 0.07%p 상승했습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오른 데는 시장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기업별 신용도와 업종별 위험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영향도 있습니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또한 당분간 커질 전망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대출 공급을 이어가면서 건전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권의 주요 성장 자산이지만 대출금리가 오른 상태에서 경기 둔화가 장기화하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부실채권 상각·매각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설 방침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업대출 금리도 함께 오른 것"이라며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려나가는 방향이지만, 이자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들 위주로 대출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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