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지난 8월 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디지털엑스(Digital X)의 거래 점유율 급증을 두고 시장에서는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거래가 갑자기 늘어난 배경에 비공개 VIP 이벤트가 있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업계 관행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실제로 대형 거래소들은 최근 3년간 비공개 VIP 이벤트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별 거래소의 특수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디지털엑스(Digital X)의 거래 점유율 급증 배경에 비공개 VIP 이벤트가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한바탕 논쟁이 일었다. 가상자산 시장의 VIP 이벤트를 표현한 이미지. (사진=디지털애셋)
특히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지분 97%를 인수해 지난 8월 법인명을 바꾸며 새롭게 출발한 거래소라는 점에서 이번 점유율 급증이 더 주목받았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법인명에 이어 서비스명과 로고 역시 모두 ‘디지털엑스’로 전면 개편을 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애셋>은 이 거래소가 왜 이런 전략을 택했고, 무엇이 문제가 됐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15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VIP 대상 비공개 거래 이벤트 현황을 묻는 질문에 두나무(업비트 운영사)·빗썸·스트리미(고팍스 운영사)는 “진행한 내역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투자를 한 거래소 코인원은 “비공개 이벤트 내역은 당사 마케팅·영업 전략을 추정할 수 있는 경영상 민감정보로 부득이 제출하기 어렵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미래에셋그룹이 인수한 디지털엑스도 “영업비밀 보호와 업무 수행상의 사유로 인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거부했습니다.
RLUSD 거래 급증으로 수혜
비공개 VIP 이벤트 논란은 지난 8월 말 디지털엑스의 거래대금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8월 24일 디지털엑스 거래대금은 3302억원으로 직전 평일인 8월 21일(291억원)보다 1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원인은 스테이블코인 RLUSD에 있었습니다. 8월 24일 디지털엑스 전체 거래대금 중 RLUSD가 차지하는 비중이 91.39%에 달했습니다. 하나의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이 한 거래소의 전체 거래대금을 뒤흔든 것입니다.
처음에 시장에선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 시행을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RLUSD의 디지털엑스 내 거래 비중은 이전에도 최대 56.56%(8월 17일)에 달할 정도로 거래소 내 영향력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디지털엑스의 RLUSD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이 VIP 비공개 이벤트 때문이라는 게 알려졌습니다. 이 이벤트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RLUSD 거래대금에 따라 추가로 RLUSD를 지급하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들은 이른바 '큰손 투자자’인데, 보상을 받기 위해 RLUSD 거래에 나섰고 그에 따라 거래대금이 갑자기 급증한 것입니다.
디지털엑스는 이 이벤트로 일단 수혜를 봤습니다. 전체 거래 점유율이 급증하는 효과를 누렸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엑스의 원화마켓 거래 점유율은 8월 24일 8.96%를 나타냈습니다. 직전 평일인 8월 21일 0.57%보다 16배가량 늘었습니다. 28일까지 RLUSD 거래대금이 약 1500억~3000억원을 오갔고, 점유율도 5~10%대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RLUSD 거래가 줄자 점유율도 줄었습니다. RLUSD는 29일부터 거래대금이 160만원으로 급감했고, 점유율도 0~1%대로 하락해 현재까지 디지털엑스의 전체 거래 점유율은 RLUSD 거래 급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과거에도 통했던 전략 답습
과거 디지털엑스(옛 코빗)는 다른 거래소들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상장 기조를 오랜 기간 이어왔고, 그에 따라 규제를 잘 준수하는 모범적인 거래소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 10월 이후 이어진 시장 침체로 디지털엑스 역시 거래 보상으로 거래대금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빗썸이 2023년 말 선보여 업비트 점유율을 잠시 넘어선 사례가 있었고, 그 때문에 자전거래 등에 대한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략이 점유율 확보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디지털엑스는 RLUSD 이전에도 같은 전략을 한 차례 쓴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엑스는 지난 2월 USDC(US달러코인) 거래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거래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것으로, 이 이벤트를 통해 디지털엑스의 점유율이 11%대까지 치솟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디지털엑스의 전체 거래대금 중 95%가 USDC 거래였습니다.
USDC와 RLUSD의 공통점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되기 때문에 다른 디지털자산보다 가격 변동 가능성이 낮습니다. 거래 이벤트에 참여할 때, 이용자들 입장에선 손실 위험이 적어 부담이 적고, 거래소 입장에서는 호가와 거래대금을 채워주기 때문에 애초 의도했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허위거래로 착시효과” 비판
하지만 이런 이벤트를 두고 거래소가 나서 불법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거래 수수료를 없애고 개별 디지털자산의 거래량 순위를 매겨 상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는 이용자들이 서로 짜고 같은 가격으로 매매를 반복하는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금지하는 통정매매가 이뤄질 수 있고, 허위 거래가 늘어나 총 거래량이 많아지면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 잘못 알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벤트를 통해 참여자들이 형사처벌에 빠지도록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주의 당부'를 공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행위 등만 규제할 뿐, 시장 왜곡 등은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통한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조정훈 의원은 “VIP에게만 혜택을 주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숨긴 채 거래량만 시장에 보여준다면 공정한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실제 비공개 VIP 이벤트가 확인된 디지털엑스가 정작 국회의 자료 요구에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의원은 이어 “영업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투명성까지 가릴 수는 없다”라며 “금융당국은 거래량만 감시할 것이 아니라 그 거래량을 만들어낸 숨은 인센티브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조정훈 의원실에 “이벤트 운영과 관련해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이용자피해 등을 방지하고, 이벤트의 건전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업계와 함께 '가상자산사업자 광고·홍보행위 모범규준'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율규제의 한계가 있어, 2단계 입법시 과당경쟁 등 불건전영업행위에 대한 규제가 마련되도록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모호한 탈법과 편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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