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디지털금융 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 제도화도 시험대에 섰습니다. 특히 향후 디지털금융의 양대 핵심 축이 될 이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속도전이 눈에 띕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규제 정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 및 주요 금융권이 디지털금융 변화 전반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겪고 있는 불확실성을 서둘러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디지털금융 규제 정비에 나서면서 한국의 규제 정비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일 디지털금융을 표현한 이미지. (사진=디지털애셋)
연방 차원의 규제 앞둔 미국
지난 7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 발행사 테더가 공개한 준비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미국 단기국채 보유액은 약 1150억달러(약 153조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9% 증가한 수치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국채 시장의 주요 수요처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은 연방 규제에 앞서 주별 인허가와 감독체계 아래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관리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금융감독청(NYDFS)의 경우 2022년 6월 달러 스테이블코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발행사가 매입 당시 잔존만기 3개월 이하인 미 단기국채를 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연방 차원에서는 2025년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제정됐습니다. 이 법은 허가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유통량 대비 최소 1대1의 준비자산을 요구하고, 잔존만기 또는 발행 당시 만기가 93일 이하인 미 국채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법 시행일은 2027년 1월18일과 관계 연방 감독기관의 최종 시행규정 발표 후 120일 중 빠른 날로 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지니어스 법이 시행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연방 차원의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 STC 운용 범위 넓혀
일본도 2025년 6월 개정한 자금결제법과 관련 하위규정을 2026년 6월부터 시행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운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에 따라 신탁형 스테이블코인은 일정 요건 아래 발행액의 최대 50%를 만기 3개월 이하 국채와 정기예금 등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종전에는 원칙적으로 요구불예금으로 관리하던 자금의 운용 선택지를 확대한 것입니다.
일본 업계도 이러한 규제 정비에 맞춰 엔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일본 종합 금융 기업 SBI 홀딩스 산하 SBI 신생신탁은행과 SBI VC트레이드는 지난 7일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의 준비자산 가운데 10억엔(약 94억원)을 일본 단기국채로 운용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사는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향후 송금·결제와 토큰화 자산 거래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정부 검토안을 논의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은행 중심 발행과 시장 신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유영준 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도 7월 공개 행사에서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법안 입법이 이뤄진 게 아니어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일 토큰증권 불확실성 완화
토큰증권 분야에서도 미국과 일본 기업들은 기존 증권 규제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토큰으로 발행해도 증권의 법적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사업자들이 기존 제도를 활용해 토큰증권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월 발행사가 직접 증권을 토큰화하는 방식과 제3자가 기초증권에 연계된 토큰을 만드는 방식을 구분해 규제 불확실성을 완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2024년 3월 미국 토큰화 전문 기업 시큐리타이즈와 함께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2021년부터 퍼블릭체인을 활용한 등록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MMF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제공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상장주식 인프라 정비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SEC는 지난 3월 나스닥의 토큰화 증권 거래 규칙을 승인했습니다. 이 토큰화 증권 거래는 기존 주식과 같은 권리와 종목 식별번호를 갖추고 같은 주문장에서 거래됩니다.
일본은 2020년 5월 개정 금융상품거래법을 시행해 토큰증권을 규율했습니다. 유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토큰화 펀드 지분 등에 공시·판매 규제를 적용하고 금융회사가 사업을 전개하도록 했습니다. 일본 종합 금융 기업 노무라는 부동산 신탁수익권을 활용한 토큰증권 공모를 진행했고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는 2023년 12월 토큰증권 유통시장 START를 열었습니다.
“세부 기준과 일정 제시 필요”
한국도 토큰증권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4일 민관합동 토큰증권 협의체에서 조각투자를 넘어 펀드·채권·비상장주식으로 대상을 넓히는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 2월 법 시행에 맞춰 1단계로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펀드·일반 채권·신탁 방식 비상장주식 토큰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2단계에서는 토큰증권 적용 범위를 공모증권으로 넓힐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연결한 온체인 결제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상장주식 토큰화는 한국거래소(KRX) 중심으로 모델검증과 시범사업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또 비상장주식 토큰화는 기존 주식을 신탁한 뒤 수익증권을 토큰으로 발행해 주식 권리관리와 토큰 관리의 부담을 나눌 예정입니다. 분산원장은 독립된 기관 3곳 이상이 합의에 참여하고 한 기관이 합의검증 지분의 50% 이상을 갖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시장 규모가 큰 공모증권 등의 토큰화 허용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글로벌 흐름에 맞춰 검토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토큰증권을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유통하도록 하고, 발행 후 다른 분산원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 중 하나인 초국경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토큰증권 시장의 완성을 위해 스테이블코인 결제체계와의 결합이 필요하다”라며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 등 투자자 보호 기준은 명확히 하되 기업들이 사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과 시행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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