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빗대는 등 범여권 일각에서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김 후보자 엄호에 나섰습니다. 행안부는 17일 김 후보자의 과거 사건 기소 관여, '친윤(친윤석열) 검사' 논란 등에 대한 해명과 함께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중립성, 그리고 조직관리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감쌌습니다.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준비단 단장인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수청 개청 준비단장을 맡고 있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검찰 개혁에 관한 입장을 두고 여러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행안부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행안부 차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배경에는 최근 범여권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김 후보자 자격 논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초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전망됐던 인사청문 요청안은 이날까지도 제출되지 않았고, 청와대가 별도로 추가 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지명 철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앞서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김 후보자를 나치 전범 아이히만에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나는 결정권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일관된 생각이 있었고 의견을 명확히 밝혔으나 관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논란을 부인하는 것을 겨냥해 "헝가리 유대인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내몰아 죽게 하고도 히틀러 총통 체제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아이히만을 연상하게 한다"고 직격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수사·기소 분리에 극단적으로 반대했던 검사가 그 상징적인 자리인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맞느냐"고 반발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일부 당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그는 김 후보자를 '친윤석열 검사'로 규정, "초대 청장 자리를 비워두는 한이 있더라도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범여권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릴레이 비판이 있습니다. 중수청 개청을 2주가량 앞둔 시점에 인사청문회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나서 김 후보자 엄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이날 김 차관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조목조목 해명했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자 기소를 후보자가 승인했다는 의혹 △정진웅 검사의 한동훈 전 검사장 독직폭행 사건 기소를 후보자가 주도했다는 의혹 △검수완박(수사·기소 완전분리) 반대 및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 반대 성명 동참으로 인한 '친윤 검사' 논란 등입니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김 차관은 "기소된 4명의 관련자 중 3명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해당 사건 지휘 라인인 대검 형사부장으로 부임하기 이전에 이미 수사가 진행돼 기소가 이뤄졌다"며 "나머지 1명(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도 후보자는 내부 회의에서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고, 기소의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정진웅 검사 사건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지휘 라인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임 당시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후보자는 참모 입장에서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으며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민감한 '친윤 검사'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넘어 취지 자체를 해명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김 차관은 윤 전 총장 직무정지·징계 반대 성명 동참에 대해 "당시 윤 전 총장의 행위가 비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징계 조치의 절차 과정이 일부 부적정하다고 판단해 재고를 요청하는 취지였다"고 했습니다. 검수완박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수사·기소 분리 취지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오히려 윤 전 총장 친인척이 형사고발된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뒤집고 재수사를 명령한 이력,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사실상 좌천성 인사(광주고검 차장검사)를 받은 이력 등을 함께 소개하며 '친윤' 프레임에 정면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날 오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를 겨냥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의제기권을 행사했냐"고 공개 질의키도 했는데, 신준호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은 "이의제기권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상 구현되는 것이지 지휘부 숙의 과정은 전산에 남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 단장은 "김 후보자는 두 사건(김학의 출금·정진웅 사건)에 대해 기소 반대 의견을 냈다"며 "관여는 됐지만 본인이 주도하거나 최종 결정한 것처럼 의혹이 확산되고 있어 후보자도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차관은 브리핑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중수청 개청준비단장으로서 기관장 공백 없이 중수청이 출범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확인한 결과 논란이 명백하게 사실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10월2일 출범이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청사도, 인력도,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사청문회가 빨리 열려 신임 청장이 조속히 임명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범여권 내에서 이어지는 지명 철회 요구가 청문 절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인사청문 준비단 관계자는 "저희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만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청와대의 인사청문 요청 시점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하는 과정이라 행안부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신속하게 요청이 이뤄져야 국회 청문 준비를 본격화할 수 있는 만큼 저희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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