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지방정부를 원청으로 인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대해 인천 부평구가 대응 여부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등 다른 민간 위탁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노위에선 지자체의 '실질적 지배'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근거가 '실질적 지배'인 만큼 형사법 적용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지난 3월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노동자들이 4조 2교대 전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가 제기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노조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로 인해 노조와의 교섭에 부평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앞서 노조는 노란봉투법(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적용 이후인 지난 5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 종사자들과 함께 부평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부평구가 고용노동부에 자문을 요청하며 답변을 미루는 사이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했는데, 지노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평구가 과업지시서를 작성하고 현장을 점검하지만 공법상 의무를 이행했을 뿐 사용자 지위는 아니라는 취지였습니다.
반면 중노위는 노조가 요구한 여러 교섭 의제 가운데 '작업 방식'에 한해 부평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습니다. 노조는 이 분야에 대해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부평구는 대응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평구 관계자는 "아직 결정문을 받지 못해 대응 방안을 내지 못했다"면서도 "다른 위탁 업무는 물론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내부 논의가 마무리되면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부평구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 등 환경 분야를 비롯해 복지관·어린이집 등의 복지, 공공체육시설, 도로 유지보수 등 100여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중노위 재심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중노위의 이번 판단은 지자체장이 민간 위탁 사업장을 '실질적 지배'한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역시 '실질적 지배'가 인정돼야 해, 민간 위탁 사무 전반에 중처법 적용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11월 산불 감시·진화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사망한 사고, 이듬해 4월 1명이 죽고 1명이 다친 '분당 정자교 붕괴', 같은 해 7월 14명이 죽고 16명이 다친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지자체장이 중처법으로 조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인천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중노위 결정은 지자체의 사용자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중처법 적용 우려로 위탁 사무 최소화나 지자체의 과도한 개입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중노위는 개별 사안을 판단한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은 해석 지침을 통해 개별 사안별로 실질적 지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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