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강주영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청탁·로비 의혹이 이른바 '오빠 게이트' 대 '검찰 캐비닛 정치'라는 프레임 선점 경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 각종 녹취록 등으로 구체화되면서 여론은 '오빠 게이트'로 쏠리고 있습니다. 여당이 '불법 캐비닛 정치'라고 반격하며 전면적 대응에 나섰음에도, 여론이 김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낙인찍을 경우 하락세를 걷고 있는 정부·여당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약·청탁 의혹서 여당 덮친 '게이트'로
8일 김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종합하면, 신약·청탁 로비 진실 공방은 '쥐약 게이트'를 넘어 '오빠 게이트'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의혹의 출발점은 2024년 서울서부지검에서 기소유예를 받은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관련 로비 연루 의혹' 사건입니다. 의혹 제기자는 '검사 출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인데요.
당시 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0월 지인이었던 사업가 양모씨로부터 청탁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전달한 대가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았습니다. 양모씨는 제약회사 제넨셀 설립자였던 대학교수 강모씨로부터 임상시험 승인 업무 타진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전달했으며, 이를 대가로 강 씨에게 6억원 상당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았습니다.
또 김 후보자에게는 청탁 대가로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하려 한 의혹도 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후보자 후원 계좌 한도로 인해 돈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은 김 후보자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한 반면 양씨와 강씨에 대해선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해당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양모씨가 김 후보자를 평소 '오빠'라고 칭하며 부탁한 것으로 조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오빠 게이트'의 시작입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자가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문자를 보낸 지 2주 만에 임상시험 승인이 났으며, 이를 통해 제약회사의 주가를 부양시키고는 주식을 매각하는 수법으로 강모씨가 63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의원은 "사람 잡는 약을 만들 뻔한 제약사가 있다"며 "이걸 감추고 코로나 치료제로 환자들한테 식약처에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팀은 '승원 오빠'가 뇌물을 약속받았으니 기소하고 징역형을 구형하겠다고 보고 올렸지만, 계엄 이후 기소유예가 된다"며 "기소유예는 무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전날에도 "'민주당 오빠들'이 더 나온다. 오빠 독약로비 게이트는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였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에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이름이 거론된 통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 "룸살롱 여동생이 식약처 과장선에서 (임상시험 승인이) 막혀 있다고 하니까 (김승원) 오빠가 식약처장에게 문자를 보내서 청탁을 전달하고 2주 만에 승인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승원 오빠'가 뇌물을 약속 받았으니 기소하고 징역형을 구형하겠다고 보고를 올렸지만, 계엄 이후에 기소유예가 된다"며 "오빠는 '승원 오빠' 한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 민주당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검해서 다 밝혀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공소취소 모임장으로 활동해 왔던 이력으로, 이 대통령의 '방탄 인사'라는 지적도 받았으며 음주운전 이력까지 확인됩니다. 결국 장관 자격 논란에서 시작된 의혹이 여권 내부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치 검찰' 부각에도 '역부족'
여권은 정치 검찰의 캐비닛 정치라며 김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초 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혹 제기에 담당 대변인 차원의 대응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녹취록 곳곳에서 등장하는 '오빠' 등의 자극적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당 차원의 전면 대응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 법무부 장관이자 검사 출신인 한 의원이 폭로하고 있는 녹취록의 출처에 대한 의구심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요. 정치 검찰의 캐비닛 정치이자 피의사실공표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공식 유튜브 '민주당 TV'에서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관심 끌려고 그러다가 자기 발등 찍는 것"이라며 "철없는 관종,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함께 방송에 출연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흥신소 직원처럼 후진 정치를 하지 말라"면서 "특수검사 신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자신이 외롭게 있다 보니 존재감을 만들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저런 수사 자료를 입수했느냐"며 "법무부 장관 때 자기가 받은 것으로 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부터 시작해 피의사실공표죄 같은 범죄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수 경로조차 밝히지 못하는 자료와 일부 잘라 낸 녹취를 동원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자료만 꺼내 악용하는 전형적인 정치, 검찰식 캐비닛 정치"라고 꼬집었습니다.
여당의 전면 대응에도 민심의 추는 '오빠 게이트'로 기울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유출보다 한 의원의 '살라미식 녹취 공개'가 신약 청탁·로비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빠 게이트는 이미 정치·법조계까지 뻗쳐 나가는 파장을 역공으로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약 일주일 동안 추가 녹취록 공개를 통한 의혹 제기가 지속될 경우 정부·여당으로서도 버텨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이 우세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까지 낙마 리스트에 오를 경우 정권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강주영 기자 juyo964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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