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속 태풍’ 금융권 총파업…불씨는 여전
시중은행 참여 저조…영업점 정상 운영
임금인상 협상 난항…국책은행 이전 뇌관
노조, 교섭 결과 따라 추가 파업 예고
2026-09-04 16:22:34 2026-09-04 16:22:34
[뉴스토마토 이진희·이지유 기자]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 국책은행 지방 이전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금융권 노조가 총파업에 나섰지만, 시중은행 참여가 저조하면서 영업점 혼란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노사 협상만으로 풀기 어려운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노조가 추가 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금융권 노사 갈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습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집회 신고 인원은 3만명으로,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6% 인상, 청년 채용 확대, 국책은행 지방 이전 반대 등이 주요 요구 사항으로 제시됐습니다.
 
양민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이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열린 총파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양민호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는 주 4.5일제 도입, 청년 채용 확대, 본사 이전 사전 합의, 정년 연장, 실질임금 보장, 제도개선 등 6가지"라고 밝혔습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도 "금융노동자들은 영업 실적 압박과 바쁜 일과로 동료들과 오붓하게 식사할 수도 없다"며 근무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지방 이전에 대한 사전 공지 및 합의 등을 요구했습니다.
 
총파업에는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조합원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참여는 제한적이었는데요. 대부분 영업점이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우려했던 대규모 업무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초구 일대 시중은행 영업점을 둘러본 결과 파업에 따른 큰 혼란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창구가 비어 있었지만 직원들이 입출금과 계좌 업무, 대출·예금 상담 등을 평소처럼 처리했고 고객들도 차례를 기다려 업무를 봤습니다.
 
은행을 찾은 박모씨는 "파업 소식은 뉴스에서 봤는데 직접 와보니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업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은 직원 한두 명이 자리를 비운다고 바로 업무가 중단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일부 직원이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남은 직원들이 업무를 나눠 처리하기 때문에 고객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사 간 쟁점이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노사 갈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금융노조도 이번 파업을 '1차 총파업'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교섭 결과에 따라 추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간극이 큽니다. 금융노조는 당초 8%였던 요구율을 6%로 낮췄지만 사측은 2.5% 인상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입니다. 노조가 요구 수준을 낮췄지만 여전히 3.5%포인트(p)의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4월 시작된 산별교섭도 6월 결렬된 이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 4.5일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금융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청년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이견이 여전합니다. 임금과 근로시간 모두 향후 교섭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노사 교섭만으로 풀기 어려운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임금이나 근로시간은 노사 간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만, 지방 이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맞물린 사안이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이전 여부와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잔류 기관을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이전 대상과 방식이 구체화할 경우 국책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노조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전문인력 이탈과 업무 효율성 저하 등을 통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사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향후 협상과 지방 이전 논의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파업이 진행된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이 업무를 보러 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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