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미 육군 차세대 자주포 ‘낙점’...30조 시장 정조준
기동형전술포 시제기 6문 3100억 수주
6·25 후 76년 만 포병전력 역수출 쾌거
미국 앨라배마 공장 임차 등 현지화 속도
2026-08-19 10:55:26 2026-08-19 10:55:2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미국 육군의 차세대 차륜형 자주포 사업의 시제품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됐습니다. 미국이 자국 포병전력 현대화를 위해 도입하는 차세대 자주포 사업에 한국산 완성형 무기체계가 진입하면서 향후 대규모 양산 사업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의 포병 지원을 받았던 한국이 76년 만에 미국에 포병전력을 공급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일 자회사 한화디펜스USA가 미국 육군과 새로운 자주포 현대화 프로그램에 사용할 기동형전술포(MTC) 시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규모는 2억3300만달러(약 3100억원)로, 한화가 개발한 K9MH 차륜형 자주포 6문을 우선 공급하는 내용입니다. 추가로 12문을 도입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사업에서 영국 BAE시스템즈, 독일 라인메탈,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경쟁해 단독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미 육군은 신기술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인 무기조달 절차 대신 기타거래권한(OTA)을 활용해 고정가격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 육군은 현재 운용 중인 M777 155㎜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해 MTC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견인포보다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를 확보해 장거리 이동과 신속한 부대 전개, 사격 후 진지 이탈 능력을 높이는 것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한화(000880)가 제안한 K9MH는 각국에서 운용되고 있는 K9 자주포의 화력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육군의 요구조건에 맞춰 개발한 155㎜ 차륜형 자주포입니다. 궤도형 자주포와 비교해 도로 기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으로, 장거리 이동과 신속한 전개에 유리합니다. 자동화된 포탑을 적용해 미국 육군이 요구하는 운용성과 화력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한화는 미국 육군의 사업 방향이 차륜형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시제품 개발을 준비해왔습니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부터 궤도형 자주포 개발을 추진했지만 국제정세 변화로 장거리 전개와 기동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차륜형 자주포 확보로 선회했습니다. 한화는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된 점을 포착하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이 선제 파악해 사업 준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방산을 그룹의 핵심 성장사업으로 육성하며 해외 시장 확대와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강조해왔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앞줄 가운데)과 안제이 두다 전 폴란드 대통령(앞줄 왼쪽)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K9 등 실물장비 기동시연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도 수주 결실을 뒷받침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주요 현안을 공유하며 미국 측 요구조건에 공동 대응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화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 투자해 미국 내 전투차량 생산 기반을 다지고 미 육군 전력 현대화 사업에 장기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계약은 대규모 양산 사업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입니다. 미 육군은 공급받은 시제품을 최대 4년간 운용하며 작전운용개념에 맞춰 세부 조건을 검증합니다. 약 3년간 실제 전투 환경을 가정해 사격 성능, 기동성, 탄약 호환성, 네트워크 통합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할 계획입니다.
 
시험평가를 통과해 결함이 발견되지 않으면 후속 양산과 탄약, 정비·지원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최종 도입 물량은 최대 500문 규모가 거론됩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폴란드 2차 계약을 참고할 경우 약 10조원, 탄약보급차 패키지 구성과 후속 군수지원, 미 현지생산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하면 최대 30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 하반기 중 본계약 체결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있는 성과”라며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의 전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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