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방한…SK·HD현대와 ‘SMR’ 삼각편대
정재계 연쇄 회동…미 SMR 시장 공략
SK이노,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
HD현대, 원자로 연 2~3기 공급 목표
2026-08-14 18:00:00 2026-08-14 23:08:2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이 약 1년 만에 한국을 찾아 SK와 HD현대 등 국내 기업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본격화했습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테라파워의 차세대 SMR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SMR 공급망에서 한국의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 김정관 산업부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가 14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SMR 사업협력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1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SK이노베이션(096770), HD현대(267250) 경영진은 서울에서 빌 게이츠 의장과 잇달아 회동을 하고 SMR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지난해 8월 방한 당시 차세대 원전의 가능성과 협력 방향을 타진한 데 이어, 실질적인 사업 추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약 1년 만에 다시 마련된 자리입니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 지역에 나트륨 원자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허가를 취득해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김 장관은 면담에서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파운드리급 원전 제조 생태계를 갖춘 한국이 테라파워의 표준설계를 구현할 최적의 파트너”라며 한국이 핵심 생산거점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이날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테라파워의 나트륨 SMR 기술과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개발·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한국형 사업모델인 ‘K-나트륨’의 추진 방향을 검토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양사는 이를 위해 미국에서 추진 중인 나트륨 SMR 실증사업과 후속 상용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건설 중인 ‘케머러 1호기’ 참여를 통해 차세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향후 국내 적용 가능성 검토와 글로벌 프로젝트 개발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이 14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육상 원자로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HD현대)
 
나트륨 SMR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입니다. 원자로와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시스템(TES)을 결합해 원자로가 생산한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점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출력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겨냥한 미래형 에너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날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빌 게이츠 의장,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 이한우 현대건설(000720) 대표이사와 만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를, 현대건설이 설계와 조달, 시공을 전담하는 협력 구조입니다.
 
HD현대는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 구축을 목표로 설비 투자를 진행합니다. 지난 2022년 투자를 시작으로 2024년 12월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해 왔으며, 올해 5월 주기기 핵심 설비 제작 우선협상 대상자로 지정되며 공급망 입지를 다졌습니다. 미국은 약 95GW 규모의 원전 설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노후 원전 교체 수요와 AI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려 SMR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부는 “한국 기업의 해외 SMR 노형 투자와 사업개발, 공급망 진입은 원전 수출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SMR 공급망 형성 초기인 지금이 해외 공급망에 진입할 적기인 만큼 대기업뿐 아니라 원전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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