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과 유조선 공급 부족 사태가 맞물리면서 건조 중인 선박이 거대한 투자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건조에 들어간 선박을 인도받기 전 웃돈을 얹어 되파는 이른바 ‘플리핑(Flipping)’ 거래가 이뤄지며, 국내 조선소의 건조 경쟁력도 덩달아 조명받는 모습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5만DWT급 MR탱커. (사진=HD현대)
1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해운선사 걸프에너지마리타임(GEM)은 최근
HD현대중공업(329180)이 건조 중인 5만DWT급 MR(Medium Range)탱커 2척을 인도 전 재판매했습니다. 거래 가격은 척당 6000만달러로 같은 선형의 리세일(재판매) 거래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습니다.
걸프에너지마리타임이 지난 3월 발주할 당시 외신 등에서 추산한 신조선가는 척당 5000만달러 안팎이었습니다. 불과 5개월 만에 인도 전 선박 매각만으로 척당 1000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MR탱커는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정제된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대표적인 중형 유조선입니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과 항로 우회 장기화로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정제유 운반선의 자산가치도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선박 중개·리서치 기관 엑스클루시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시장에서 체결된 전체 유조선 신조 계약은 407척으로 전년 동기(139척) 대비 193% 급증했습니다. 이 중 MR탱커 발주 물량만 82척에 달할 정도로 선복량 부족 현상에 따른 발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이번 최고가 거래는 HD현대중공업에 합병된 HD현대미포의 뛰어난 선박 건조 경쟁력이 시장에서 입증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과거부터 중형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다져온 옛 HD현대미포의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MR급 제품유조선과 케미컬탱커 등을 주요 선종으로 건조하며 축적한 설계 노하우가 선박의 높은 자산 가치로 곧장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 최근까지도 HD현대미포 도크에는 글로벌 선사들의 MR탱커 신규 발주가 이어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6월 그리스계 선사 메트로스타 매니지먼트는 5만DWT급 MR탱커 2척을 HD현대미포에 연달아 발주했습니다. 해당 선박의 인도는 오는 2028년 이뤄질 예정이며, 신조선가는 척당 5300만달러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조선을 발주해도 2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에 운항에 투입할 수 있는 리세일 선박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며 “두바이 선주의 리세일 가격이 최근 신조선가보다 700만달러나 높은 것은 건조 중인 선박이 독자적인 수익 창출 자산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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