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건설·운수·배달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올해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 등 폭염 취약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내놨지만, 권고에 불과해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폭염으로 조업이 중단되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드는 건설·배달 노동자는 임금 보장 대책도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22일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공항 노동자가 땀을 닦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동조합)
1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가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 5일~7일까지 폭염 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체감온도 38℃ 이상일 경우 전면 옥외 작업 중지를 권고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실행 여부를 묻는 문항에 응답자 1594명 중 50%(797명)가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폭염 단계별 작업중지 조치'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 단계별로 △체감온도 33℃ 이상(폭염주의보)일 경우 작업 시간대 조정 또는 옥외 작업을 단축 △체감온도 35℃ 이상(폭염경보)일 경우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옥외 작업 중지 △체감온도 38℃ 이상(폭염중대경보)일 경우 옥외 작업 전면 중지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권고 사항으로,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절반 정도만 지켜지고 있다는 겁니다.
공항, 항구 등에서 일하는 운수 노동자들도 그늘이 없는 활주로와 항만 등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비행·선박 일정과 만성적 인력 부족 때문에 현장에서는 노동부의 폭염 지침이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폭염 현장순회 투쟁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재환 공항항만운송본부 수석부지부장은 "공항 활주로는 그늘 하나 없는 거대한 가마솥과 같다"며 "아스팔트 지면 온도는 60℃, 항공기 보조엔진 열기는 70℃에 달한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어 "정부의 폭염 지침은 현장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면서 "이 지침들이 강제성 없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지금보다 강력한 폭염 대책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지난해 체감온도 33℃ 이상 폭염 땐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는 걸로 법제화했으나, 최근 38℃가 넘는 폭염중대경보가 계속되는 시기에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건설노조는 현행 '2시간마다 휴식 제공'을 1시간마다 휴식할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항·항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현행 노동부 권고 지침에 대한 현실적인 이행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단 시 생계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건설노동자, 배달 노동자 등은 폭염에 휴식을 취한 만큼 임금이 줄어들게 돼 어쩔 수 없이 폭염 속에서도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건설 일용 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하면 임금이 삭감돼 생계고에 시달리게 된다"며 "결국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현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도 "일을 멈추면 소득이 0원이 된다. 어지럽고 피곤해도 쉬기 어렵다"면서 "배달 노동자에게 휴식권을 보장하려면 소득 보전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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