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찰 내부에선 또다시 수사정보 유출과 비위 정황이 잇따라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직 경찰관이 저지른 음주운전 사건의 수사정보가 경찰 인맥을 통해 피의자인 경찰관 측에 유출된 데다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증거를 인멸한 경찰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권이 대폭 확대되었음에도 경찰의 신뢰는 더 추락하고 있는 겁니다. 경찰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대구동부경찰서는 대구수성경찰서가 수사 중이던 교통사고 사건의 정보를 피의자인 현직 경찰관 측에 유출한 정황을 확인하고, 대구경찰청과 수성경찰서, 고산지구대 등 3곳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앞서 대구경찰청 소속 A 경사는 지난 7월9일 밤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가 도로교통법에 따른 사고 후 미조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해당 사건 조사 과정에서 A 경사의 지인인 고산지구대장 B씨가 수성경찰서 수사팀 소속 C 경사에게 수사정보를 물어본 정황을 포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사흘 동안 10차례 가까이 통화하면서 수사상황을 공유했고, A 경사는 사전에 자신에 대한 수사정보 등을 파악한 뒤 경찰에 출석한 걸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B씨와 C 경사는 모두 직위해제됐으며, 동부경찰서는 두 사람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사고를 낸 A 경사 역시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습니다.
지난 5일엔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수사정보 유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문제의 팀장은 유명 인플루언서 양정원씨가 2024년 8월 사기 및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을 수사하던 인물입니다. 수사팀장은 양씨의 남편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고 지난 2024년 12월 사건을 무혐의 불송치로 무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7월 전북 전주시에선 현직 경감이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고교생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적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친족의 증거인멸 혐의는 처벌할 수 없지만, 전북경찰청은 수사정보 유출 등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경감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입니다.
6월엔 현직 D 경감이 자신의 '정보원'인 마약상에게 마악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D 경감은 가족도 아닌 사건 관련자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한 겁니다.
장윤기의 친부가 현직 경찰 신분을 이용해 아들을 수사 중인 경찰로부터 수사정보와 편의를 제공받고 증거를 인멸한 사건이 드러나 일파만파 논란이 커진 가운데 유사 사례가 계속 잇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경찰관이 직무 관련 범죄로 기소된 건수는 △2021년 26건 △2022년 19건 △2023년 21건 △2024년 24건 △2025년 6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13건이 집계됐습니다. 경찰관의 직무 관련 범죄엔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독직폭행, 뇌물, 횡령·배임 등이 있습니다.
'광주 여고생 살해사건' 피의자인 장윤기가 지난 5월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수사권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을 계기로 '사건 암장(접수된 고소·고발이나 사건을 정당한 절차 없이 은폐하거나 묻어버리는 행위)'과 향찰(동일 경찰서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무 중인 경찰관)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재발 방지책을 강구 중입니다. △사건 관계인이 경찰의 직계가족인 경우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도록 하는 상피제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을 통한 경찰 비위와 부패행위 전담 감찰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민간 출신 조사관으로 구성된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설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거셉니다. 일각에선 경찰의 행정 기능과 사법적 수사 기능을 근본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법무부 감찰관 출신인 류혁 변호사는 "경찰 행정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영역이고, 사법 부분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하는 기능"이라며 "각각의 역할을 분리하고, 수사 윤리나 준칙 등을 철저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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