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김병기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11개월째 헛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수사는 마무리 단계"라고 거듭 말해왔지만, 최근엔 "확인해야 할 내용이 많다"며 수사 종결을 미루고 있습니다. 수사가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하자 김 의원을 고발한 시민단체 등은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신속한 결론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10일 서울 마포구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열린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일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 의원 수사 상황에 관해 "큰 틀에서 대부분 정리가 됐다"면서도 "중요 사건일수록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나오지 않도록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본부장은 그러면서 "실제 수사를 하면서 우리가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보완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수사 기간이 길어진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만간 종결'서 '일괄 송치'로 방향 틀어
김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난해 9월11일 시작됐습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김 의원 차남의 대학 편입 특혜 의혹을 고발하면서부터입니다. 수사는 어느덧 11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검토할 부분이 많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경찰은 서민위 고발 이후에도 '공천헌금' 수수 의혹, 대한항공 특혜 요구 의혹, 보좌관 대화방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여러 고발을 접수했습니다. 경찰은 김 의원과 관련해 살펴보는 의혹은 13개에 이릅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6일 김 의원 수사에 관해 "마무리 단계"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당시 홍 본부장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한 달여 시간이 지났지만 진전된 내용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지난 7월27일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사건을 송치할) 때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한 겁니다.
경찰은 이전에도 김 의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4월에도 김 의원에 대한 13개 의혹 중 입증이 가능한 일부 혐의만 우선 송치해 빠른 시일 안에 결론 내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 들어 국수본의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국수본은 "제기된 의혹이 한꺼번에 마무리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일부 송치에서 일괄 송치로 방향을 튼 셈입니다.
실제로 홍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제기된 의혹 13건에 대한 판단할 시점이 됐다"며 "지금 와서 분리 송치한다는 건 의미 없는 것 같다"면서 일괄 송치에 대한 입장을 굳혔습니다.
경찰은 김 의원의 신병 확보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홍 본부장은 "13개 사건 가운데 송치할 것과 송치하지 않을 것을 정리하고, 송치할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면 신병 확보에 대한 기준점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그 앞 단계가 거의 마무리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참다 못한 고발인 측, 수사심의까지 신청
11개월째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결론 나지 않자 김 의원을 고발한 측에서는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던 서민위는 지난 7월31일 서울경찰청에 김 의원 사건에 대한 수사 심의를 신청했습니다. 서민위는 경찰이 수사 상황에 따른 사정보다 다른 원인 때문에 의도적으로 수사 종결을 늦추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고발인 등 사건 관계인은 경찰 수사 절차·결과의 적정성·적법성이 침해됐다고 판단되면 수사 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을 받은 경찰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를 소집하고, 수사심의위는 논의를 통해 보완·재수사, 신속한 처리 등을 경찰에 권고할 수 있습니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경찰은 통상 권고를 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의혹의 당사자인 김 의원마저 신속한 수사 종결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초 김 의원 측 변호인단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면서 억측성 언론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 불송치 결론을 내려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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