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이어 ETF까지…고위험상품 판매 제동 걸린 은행
2026-08-07 15:09:03 2026-08-07 15:09:0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제재 결론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은행권의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재개도 사실상 멈춰섰습니다. ELS 판매 중단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체 수익원으로 키워온 상장지수펀드(ETF) 신탁까지 금융당국의 불완전판매 검사 대상에 오르면서 은행들의 투자상품 영업과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콩ELS 제재 표류에 판매 재개 불투명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정례회의에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ELS 불완전판매 제재안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재산정해 제출한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그대로 의결할지, 추가로 감경할지 검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통상 금융위는 8월에는 정례회의를 열지 않고 휴지기를 가지는데, 별도의 임시회의가 개최되지 않으면 최종 제재는 9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과징금이 당초 거론되던 액수보다 크게 줄었지만 은행권의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금소법 시행 초기 계도기간을 어떻게 판단할지, 은행의 자율배상 노력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최종 제재 결과가 앞으로 유사한 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판매 직원 개인의 설명의무 위반을 넘어 본점 차원의 상품 선정과 성과평가, 내부통제 책임까지 제재 범위에 포함될 경우 투자상품 판매에 따른 사후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이 얼마로 확정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행위를 위반으로 보고 책임을 어디까지 묻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당국의 제재와 판매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난도 상품을 다시 확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콩ELS 사태 이후 주요 은행들은 ELS 신규 판매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당국은 은행이 고위험·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려면 소비자 보호 요건을 갖춘 거점 점포를 별도로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거점 점포에는 일반 은행 업무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 공간을 마련하고 관련 자격과 일정 기간 이상의 판매 경력을 갖춘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합니다.
 
상품별 판매 대상 고객군을 미리 설정하고 원금 전액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평가된 소비자에게만 ELS를 권유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ELS 판매를 재개하려면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영업점 공간과 판매 절차를 손봐야 하는데, 제재 기준과 최종 과징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최종 제재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은행권의 고난도 상품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대체 수익원' ETF 신탁 도마 위
 
ELS 판매 중단 이후 은행들이 대체 비이자이익원으로 키워온 ETF 신탁도 감독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됐습니다. 금감원은 이달 10일부터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을 대상으로 ETF 신탁 현장검사에 착수합니다. 신한·하나·SC제일은행도 이달 중 순차적으로 검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은행 ETF 신탁은 고객이 은행과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고 은행이 고객의 지시에 따라 ETF를 매수하는 구조입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한 직접 매매와 달리 실시간 주문이나 가격 지정이 제한될 수 있고 ETF 자체의 거래비용 외에 신탁수수료와 중도해지 수수료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금감원은 검사에서 선취·후취 방식의 신탁수수료 부과 구조와 목표수익률 설정 과정, 고객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과 편입 ETF의 가격 변동성, 은행 신탁과 증권사 직접 매매의 차이를 충분히 안내했는지도 점검 대상입니다.
 
금감원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은행 1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스터리쇼핑에서도 신탁수수료와 중도해지 비용, 주문 시점과 실제 체결 시점의 차이 등에 대한 설명이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고객이 직접 ETF를 선택한 것처럼 서류가 작성됐더라도 실제로 은행 직원이 종목과 목표수익률, 수수료 방식을 결정했다면 불완전판매 판단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ETF 신탁 검사가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제재로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검사 결과 설명의무나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판매 절차를 다시 강화하고 직원 교육과 자체 점검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판매 증가세가 가팔랐던 만큼 향후 민원이나 분쟁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은행들은 이미 비예금상품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험등급별·개별 상품별 판매한도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영업점에서는 특정 ETF가 내부 승인 한도를 넘어서자 판매를 일시 중단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금감원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고객별 판매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는 제재 결과를 기다리느라 재개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고 ETF도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보다 소비자 보호와 사후 책임을 먼저 따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고난도 투자상품에 대한 설명 의무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KODEX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