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한달)②숫자 강한 '대통령 최측근' 박찬대…시험대 오른 인천행정
하반기 예산 4585억 '펑크'…취임 열흘 만에 공약 수술대
'ABC+E' 경제부흥 가속도…서울 7호선·매립지 등은 난제
'회계사·대통령 측근' 무기…약점은 행정경험·지역이해 ↓
2026-08-05 06:00:00 2026-08-05 06:00:00
[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민선 9기 출범 한 달을 맞은 박찬대 인천시장이 본격적인 행정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강점으로 국정 협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 현안과 재정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취임 열흘 만에 핵심 공약인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와 '인천이(e)음 캐시백 20%' 중단을 결정하는 등 난관에 직면했으나, 이를 '정면 돌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리한 공약 추진 대신 외부 전문가 중심의 '재정예산개혁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공약 실현 가능성을 원점에서 재점검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는 평가입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의 장점을 살려 재정 효율화와 핵심 사업 추진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1일 박찬대 인천시장 취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인천시)
 
드러난 '재정난', 올 하반기에만 4585억 부족
 
박찬대 시장의 1호 공약은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였습니다. 인천e음 캐시백을 확대해 소비를 유도하고 지역에 돈이 돌게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직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암초를 만났습니다.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후보 시절엔 미처 파악하기 어려웠던 인천시의 심각한 재정 난맥상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인수위는 올해 하반기에만 4585억원의 예산이 부족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인건비를 비롯해 예정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6441억원인데, 확보 가능한 재원은 1856억원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재정 여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통합관리기금도 사실상 고갈됐고, 지방채도 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민선 8기 유정복 시정의 방만한 예산 운용을 지목하고, 재정예산개혁 TF를 통해 구조적 해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입니다.
 
재정예산개혁 TF, 인천 체질 개선 추진 '특명'
 
지난달 10일 출범한 재정예산개혁 TF는 송현석 인천시 정책수석 내정자를 단장으로 하고, 내·외부 전문가 1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는 9월까지 가동되는 TF의 진단과 개혁안에 따라 박 시장의 핵심 공약 추진 속도와 방향도 윤곽이 잡힐 전망입니다.

TF는 그동안 인천시의 재정 운용과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재정 전략 부재 △미시적 사업 조정 △현금성 복지사업 급증으로 꼽고 해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개선책으로는 △탑다운 재정 전략 수립 △사업기획과 지출예산 편성 △전문성·성과제·정보공개 강화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송 단장은 "(민선8기의) 예산 운용 실패가 유동성 문제를 야기했다. 재정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방향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현금성 지원 사업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3일 박찬대 시장이 인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핵심 과제는 '경제 부흥'…해묵은 현안도 즐비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 공약과 키워든 '인천의 경제 부흥'입니다. 대표 미래산업 공약인 'ABC+E(인공지능·바이오·콘텐츠·에너지)'와 원도심 활성화 전략인 '제문부(제물포·문학·부평) 프로젝트' 모두 산업적 성과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BC+E는 기존 물류산업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물류 AI'(A), 바이오산업 고도화(B),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C), 해상풍력 중심의 에너지 산업(E)을 인천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내용입니다. 제문부 프로젝트는 인천 원도심에 △히스토리 랜드 △문학 K-컬처 랜드 △부평 지혜의 숲 랜드를 만들고, 특히 'K-컬처 랜드'에는 K-콘텐츠 클러스터를 조성해 문화의 산업적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현장엔 해묵은 현안들도 즐비합니다. 재정난 극복을 비롯해 서울 7호선 검단 연장 사업 지연, 내항 1·8부두 및 동인천역 일대 재개발, 수도권매립지 대체 부지 확보, 광역소각장 건립, 노후 산업단지 재편 등 산적한 과제들이 민선 9기 인천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무라인 불협화음?…박찬대 '리더십'이 관건  
 
박 시장은 취임 직후 남영희 정무부시장과 전기은 비서실장을 기용했습니다. 남 부시장에겐 '문학 K-컬처 랜드' 조성을 관장하는 임부가 부여됐습니다. 전 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초선 국회의원이었을 때부터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나머지 정무직 인선은 공모 절차를 거쳐 이달 말쯤 완료될 예정입니다. 시정의 손발이 될 주요 보직엔 송현석 전 인수위 부위원장(정책수석 내정), 김동현 전 박남춘 시장 비서실장(균형발전보좌관 내정), 유명상 전 보좌관(대외협력보좌관 내정), 심춘화 전 인수위 메시지실장(홍보기획보좌관 내정) 등이 거론됩니다. 박록삼 전 박찬대캠프 대변인도 시청 대변인 후보로 이름이 내걸리고 있습니다.
 
정무직은 박 시장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돼 인천시와 산하기관을 움직이는 그룹입니다. 그런데 정무직이 진용을 갖추기 전부터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소위 '인천그룹'과 '서울그룹'이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박 시장의 리더십 발휘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인천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직 내 불협화음은 집권 초기 조직 개편 및 인선 과정에서 어느 곳에서든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진통"이라면서도 "박 시장이 각 정무직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분장해 불필요한 갈등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박찬대 인천시장(가운데)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숫자 강하고 네트워크가 강점…행정력은 물음표
 
박 시장은 취임 후 한 달간 대외 행보를 최소화한 채 시정 파악에 집중해 왔습니다. 공인회계사 출신답게 숫자에 강해 재정과 예산 분석을 바탕으로 시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평입니다.
 
막강한 대외 네트워크 역시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으로서, 청와대 및 국회로부터 정책·예산 지원을 이끌어낼 적임자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인천시의회와의 협치 여건도 양호합니다.
 
반면, 취임 후 한 달가량 업무 파악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두고선 인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천 연수갑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까지 지냈지만, 주로 중앙정치에 매달린 탓이라는 분석입니다. 
 
행정 경험이 없어 공직사회의 관행이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언급됩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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