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연 진짜 이유
지금 방식으로는 2030년대 중반 진수 사실상 어려워
2026-08-03 11:25:47 2026-08-03 11:25:47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한민국이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국가 목표로 공식화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2030년대 중반 핵추진잠수함을 진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목표와 시기를 공개적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 군 전력 발전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목표를 선언하는 것과 달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의 추진체계를 냉정히 살펴보면, 지금 방식으로는 2030년대 중반 진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보다 사업의 추진 시스템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무기체계 중 하나다. 원자로, 추진체계, 선체 설계, 소음저감기술, 안전성 확보, 핵연료 관리, 국제규범, 인허가 절차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어느 한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전체 일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1954년 세계 최초의 핵추진잠수함 USS 노틸러스를 진수하며 핵잠수함 시대를 열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원자로 개발과 함정 건조를 병행했고, 약 8년 만에 성과를 냈다. 특히 해군 제독 하이먼 리코버에게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의 지원 아래 정부·연구기관·산업체·군이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는 국가 차원의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70여 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당시 미국보다 뛰어난 조선기술과 산업기반, 정보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사업 추진체계라면 미국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체계의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 전체를 통합 조정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방부, 방위사업청, 해군,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연구기관, 조선업체 등이 각각 TF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각 기관은 맡은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부처 간 이견을 신속히 해결할 권한을 가진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국방부가 이를 수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개별 부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사업이다. 그러나 현재는 원자로, 선체, 추진체계 등이 각각 별도로 추진되는 ‘각개전투’ 방식에 가깝다. 이런 구조에서는 원자로의 함정  최적화 설계가 어렵고, 전체 설계 변경과 일정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핵추진잠수함용 원자로 개발 과정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자로 육상원형시험시설(LPTF) 구축을 위한 응용연구 마지막 단계에서 원자로 출력제어계통 검증과 관련한 기술적 난제가 발생했으며, 3년 이상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기관의 연구개발 역량 부족으로 볼 수 없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원자로 기술, 함정 설계·건조, 원자력 안전규제, 핵연료, 시험평가 등 다양한 국가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융합사업이다. 따라서 국방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련 기관 간 긴밀한 조정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하는 구조에서는 기술적·제도적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원안위는 독립적인 원자력 안전 규제기관으로서 자체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어 국방부가 직접 지휘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그 결과 육상원형시험시설 인허가 같은 핵심 현안도 장기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현재 국방부가 입법을 의뢰한 특별법안은 국방부 장관이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원자력 안전 분야까지 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설계돼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권한을 국방부에 집중하는 방식보다 대통령실 차원의 통합 조정기구를 통해 관련 부처의 역량을 결집하고, 각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잠수함부대 초대사령관을 지낸 윤정상 제독(예)은 지난 5월 26일 대통령실 직속 핵추진잠수함사업단 설치를 건의했다. 핵추진잠수함은 국방사업인 동시에 원자력사업이고, 외교 현안이며 산업정책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직접 조정하는 범정부 추진체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또한 수십 년간 잠수함과 획득사업을 경험한 전문가들의 축적된 경험은 개발 위험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정부는 왜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는지, 현재 체계만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책사업 지정도 서둘러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지정하면 예산·인력·연구개발·법제도 개선을 하나의 목표 아래 집중할 수 있고, 정부·군·연구기관·산업계가 동일한 일정과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 미국의 성공 역시 이러한 국가 차원의 총력 추진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핵추진잠수함은 단순히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원자력기술, 조선기술, 제어기술, 안전기술, 체계통합 역량을 모두 결집해야 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일반 무기 획득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간은 많지 않다. 2035년 진수를 목표로 한다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대통령실 직속 범정부 핵추진잠수함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전환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기술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부족한 것은 기술을 하나로 결집하는 국가 차원의 추진체계와 리더십이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조직력과 의사결정 구조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다. 그렇지 않다면 ‘2030년대 중반 진수’라는 목표는 현실이 아니라 구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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