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저축은행들이 수신 잔액을 확보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연 4%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여신 상황이 좋지 않아 사실상 수신 유인이 없는 만큼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생존 경쟁으로 보입니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83%로 집계됐습니다. 1월1일(2.92%)보다 0.91%p 상승한 수준입니다.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도 48곳, 판매되는 상품만 100개가 넘습니다. KB·SBI·에스앤티·영진·조은·청주·CK 저축은행은 최고 4.20%까지 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2.85~3.30% 수준입니다. 앞서 기준금리가 연 2.50%에서 0.25%p 인상되자 시중은행들도 0.25%~0.30%p씩 예·적금 금리를 올렸습니다.
저축은행은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불리한 만큼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자금을 유치합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부분의 자금을 1년 안팎의 정기예금으로 조달하는 저축은행도 수신금리를 함께 올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머니 무브'가 이어지면서 저축은행 수신금리도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감소했고, 은행들이 예금 확보를 위해 수신금리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금금리를 올릴수록 부담도 커집니다.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와 신용거래 이력이 부족한 차주 비중이 커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이미 대출 금리가 10% 중후반대로 법정 최고금리 20%에 근접해 형성돼 있는 만큼 조달비용이 상승하더라도 대출금리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로 신규 대출 확대도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부터 차주별 대출 가능한 한도 총액이 제한되면서 저축은행업권에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줄었습니다. 조달비용은 늘어나는데 이를 상쇄할 마땅한 대출처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저축은행이 취급한 여신 잔액은 95조8043억원으로 지난해 5월(95조7067억원)보다 줄었습니다. 반면 수신 잔액은 작년 5월 98조5315억원에서 올해 5월 100조448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자수익도 감소세를 보입니다. 1분기 저축은행 자산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2674억원으로 10.4% 내려앉았고, OK저축은행은 2660억원으로 15%,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269억원으로 21.3%, 웰컴저축은행은 1304억원으로 3.9%, 애큐온저축은행은 971억원으로 16.5% 각각 줄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머니무브가 계속될 경우 수신 기반을 지키기 위해 저축은행도 금리 인상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수신금리가 높아지는 반면 여신금리는 무작정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추후의 자산 건전성 문제를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금리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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