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배민 성장 계산서)①산재 1위 배민…사고 숫자 뒤 '배달의 조건'
산재 건수 뒤 배달환경…수입 보전 위한 과로·위험운전 우려
배달료 개편에 미션 의존 확대…라이더 운행 부담 논쟁
2026-09-21 07:20:00 2026-09-21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7일 11: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로 올라서는 동안 매출과 함께 라이더들의 산업재해도 늘었다. 안전 투자를 확대했지만 무료배달과 프로모션, 라이더 비용 등 성장에 뒤따르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우버의 인수로 지배구조까지 바뀌면서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IB토마토>는 배민의 외형 성장 이면에서 산재와 비용이 늘어난 배경을 살펴본다. 성장의 대가로 무엇을 지불했는지, 새 주인을 맞은 배민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과 투자 부담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은 수년째 국내 기업 가운데 산재 승인 건수가 가장 많다. 배민은 시장 1위로 라이더와 배달 건수가 많고 산재보험 적용도 확대돼, 승인 건수만으로 배달 환경이 가장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배달료와 프로모션, 미션, AI 배차 등 플랫폼이 설계한 노동 조건이 라이더의 운행에 미치는 영향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산재 숫자 너머 배민이 만든 배달의 조건을 들여다봤다.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재 1위가 곧 위험 1위 아냐
 
17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올해 산재 사상자 상위 기업은 △우아한청년들(814명) △쿠팡이츠(419명) △대우건설(047040)(195명) 등이다. 우아한청년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산재 신청·승인 건수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배달업 산재량이 많은 배경으로는 배달 수요와 종사자 증가, 산재보험 적용 확대 등이 꼽힌다. 2021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요건이 강화됐고, 2023년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의 전속성 요건도 폐지됐다.
 
산재 승인 건수만으로 배민의 노동환경이 업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배민이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가장 큰 사업자인 만큼 라이더 수와 배달 건수, 운행 시간 등 분모를 함께 봐야 한다. 하지만 배민은 현재 정확한 전체 라이더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플랫폼별 산재 승인 건수만으로 사고 위험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데다 산재 신청과 처리 방식에 따라 사고가 특정 플랫폼으로 집계될 수 있어서다.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민이 업계 1위인 만큼 산재 승인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배민은 산재보험 의무화 이전부터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산재 처리 과정에서도 노동자에게 긍정적인 견해 보여왔기 때문에 산재 신청과 승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산재 건수의 절대 규모를 비교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플랫폼이 라이더에게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배분하고 보상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배달료 개편, 더 많이 달리게 만드는 구조는 아닌가
 
배달 라이더 사고는 교통량과 날씨, 도로 환경뿐만 아니라 배달 시간과 배차 방식, 프로모션과 미션 등 플랫폼 운영 방식 역시 영향을 준다. 라이더 수입이 배달 건수와 연동되는 구조에서는 건당 배달료가 주요 변수다. 배민은 지난해 배달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라이더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 3월 기본 배달료와 거리별 배달료 등을 조정했다. 기존 단건 배달과 알뜰 배달로 나뉘어 있던 배달료 체계를 통합하고, 지역별 최소 배달료를 10% 인상하는 한편 장거리 배달에 대한 할증 또한 강화했다. 
 
통합 과정에서 기존 단건 배달의 건당 기본 배달료 3000원이 폐지되고, 통합된 구간 배달의 최소 배달료가 2500원으로 책정됐다. 노동계는 일부 배달의 최저 기본 보상이 건당 500원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배달량을 늘리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시간 압박이 과속이나 신호위반 등 위험 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홍창의 배달 플랫폼 노조 위원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당 기본료가 낮아진 상황에서 미션과 프로모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 건당 최저 기본료가 300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000원대로 내려왔고, 부족한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비가 오거나 배달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추가 미션이나 프로모션을 수행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기본 운임 자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차 방식도 사고 위험과 관련한 변수로 꼽힌다. 과거에는 라이더가 배달 콜을 직접 선택하는, 이른바 '전투 콜'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AI 기반 배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배차 수락·거절 방식으로 바뀌었다. 묶음 배달이 확대되면서 배달 과정에서 추가 배차나 콜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보는 빈도가 높아질 수 있고, 이 같은 운행 환경이 사고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프로모션과 미션은 라이더에게 배달 수행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며, 미션을 달성하지 않더라도 기본 운임과 할증은 전액 지급된다"며 "미션 역시 라이더의 활동 지역과 기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외부 연구에서 확인된 시간당 수행 건수와 근접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으며, 라이더 위험성 평가와 계절성 안전용품 지원, 야간 안전 운행 캠페인, 안전 경영 위원회 출범 등 안전한 배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라이더 안전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향후 2년간 안전 예산 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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