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여신전문채권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옮겨 가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커지는 조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카드 혜택이 줄어들고 있고,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이나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여전사 자금조달 환경 악화
10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AA+ 등급 3년 만기 여신전문채권 금리는 4.383%로, 지난해 같은 날(2.803%)보다 1.580%p 올랐습니다. 지난 8일에는 4.441%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로,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들이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입니다. 카드사의 경우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결제 대금을 회수하기 전 가맹점주에게 카드 대금을 먼저 지급합니다. 이후 대금을 회수해 여전채 이자를 상환합니다.
여전채 금리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함께 올라가고, 인하기에는 여전채도 내려가는 등 함께 움직입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여전채는 2%대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기준금리 동결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3%대로 올라섰고, 최근에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 더해 인플레이션 압력, 중동 리스크로 인해 4%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여전채는 여전사들의 자금조달에서 3분의 2 정도의 비중을 차지해 여전채 금리가 자금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여전사들은 다시 여전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증가하면 전체적인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8개 전업 카드사의 채권 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평균 금리는 3.3%입니다. 이에 카드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갈아타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전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8차례 연속 기준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또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미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견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소비자 혜택 축소로 전가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혜택인 무이자 할부가 대표적입니다.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가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면 소비자가 달마다 할부 금액을 내는 구조인데, 지급해야 할 대금이 많고 나누어 내는 달이 길어질수록 카드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집니다.
업황이 악화하며 카드업계에서는 과거 기본 6개월이던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축소되고 적용되는 업종도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상시적으로 제공하던 무이자 혜택도 찾아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전자지급결제(PG)나 특정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 제공 혜택 대다수가 2~3개월 또는 2~5개월에 그쳤습니다.
소비자에게 폭넓은 혜택을 적용하는 '알짜 카드'도 단종이 가속화하는 추세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신용·체크) 단종 건수는 518개에 달했습니다.
알짜 카드로 입소문을 탔던 카드들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월 최대 6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해 인기를 끌었던 하나카드 'MG+S 하나카드'는 지난해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단종됐습니다. 30만원의 전월 실적만 채우면 월간 1만8000원까지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새마을금고의 '더나은체크카드'도 상반기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대표적 혜자카드로 꼽혀왔던 하나카드의 '토스뱅크 하나카드 Wide'도 올해 단종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혜택 축소의 원인으로 카드업계 수익률 악화와 조달금리 부담 등을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서민금융 위축 우려
여전사들의 조달 비용 부담이 서민들의 금융 창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여전채 금리도 덩달아 상승하고,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카드론과 자동차 할부 등 금리도 함께 상승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조달금리가 상품에 반영되는 데는 약 6개월가량이 소요됩니다.
4월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565%로, 전월 대비 0.075%p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642%)보다 줄었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 양호했던 조달 비용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7개 캐피탈사 신차(기아) 기준 평균 금리는 7% 중반대(현금구매비율 30%·대출기간 36개월)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악화하는 자금조달 환경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이들 상품의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여전채 금리는 4%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국은행 기조를 봤을 때 기준금리가 향후 두 번 정도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여전채도 올라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드사 경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비싸게 융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여전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전사들이 수신 기능이 없다 보니 조달금리 상승 시 상품 금리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금리 인상분이 즉각적으로 상품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 KB국민, 우리, 삼성카드 본사. (=사진 각 사, 챗GPT 합성)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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