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K-2금융)⑧현금 없는 사회 ‘과도기’
2026-05-23 06:00:00 2026-05-23 06:00:00
(호찌민=배희 기자) "카드 결제 되나요?(Can I pay by card?)" 호찌민에서 머무는 동안 기자가 묻는 질문에 대답은 매번 달라졌습니다. "QR"이라고 말하며 QR코드 결제판을 가리키는가 하면 카운터 서랍에서 단말기를 꺼내 와 결제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카드, QR, 현금 세 가지 결제 방식이 혼재한 베트남은 '현금 없는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였습니다.
 
호찌민 1군 지역 쇼핑몰 사이공 스퀘어의 한 딤섬 식당 카운터에 위치한 QR 결제 판넬들. (사진=배희 기자)
 
베트남식 '비현금 결제'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호찌민에 머무는 동안 베트남의 '현금 없는 사회' 전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앞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2025년까지 현금 사용률을 8% 미만으로 낮추고 계좌 보유율 역시 2030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뒀습니다. 베트남 국립결제원 나파스(NAPAS)도 이에 발맞춰 QR 결제 인프라 비엣큐알(VietQR) 구축했습니다. 비엣큐알 거래액은 지난해 말 전년 동기 대비 85%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현지에서 경험한 결제 방식은 한국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단말기를 통한 실물 카드 결제가 보편적인 한국과 달리, 베트남에서의 비현금 결제는 스마트폰으로 은행 계좌를 연동해 송금하는 'QR 결제'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머물렀던 호텔 옆에 위치한 '사이공 센터' 등 대형 쇼핑몰에서는 카드 결제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사이공 센터 지하에 위치한 마트부터 지상 식당가까지 카드 단말기가 촘촘히 구비돼 있었고 한국에서 사용하던 신용카드와 트래블월렛 모두 무리 없이 승인됐습니다. 결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카운터에서 단말기 두어 대를 즉시 교체해 시도할 정도로 구비가 잘 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사이공 센터에서 도보 3분 거리인 맞은편 로컬 카페에서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으며 나파스의 '비엣큐알' 판넬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베트남 현지 계좌가 없는 관광객이 이를 이용하려면 국내 은행 앱에 탑재된 GLN 서비스나 트래블로그 등 해외 결제 전용 플랫폼을 미리 연동해 둬야 합니다. 취재팀은 결국 베트남 동(VND) 지폐로 커피 값을 지불했습니다.
 
호찌민 로컬 카페에서 비엣큐알을 이용한 결제에 실패한 모습. (사진=배희 기자)
 
간편결제 사용 쉽지 않아 
 
베트남 내에서 QR 결제가 보편화되며 이를 대비해 앱을 설치하거나 방법을 공부하는 한국인 광광객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나파스가 구축한 비엣큐알은 국내 결제 플랫폼과의 연동으로 사용이 가능해지는 추세지만, 모모페이나 잘로페이 등은 현지 앱 기반이라 외국인이 접근하기에 여전히 장벽이 높습니다.
 
알리페이 가맹점의 경우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도 가능합니다. 카카오페이 앱에 들어가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고 결제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간편하게 결제가 완료됩니다. 다만 이 역시 현지의 불안정한 통신 환경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호찌민에서 통신사 로밍을 사용했던 기자는 데이터 연결이 느려져 한참 동안 카운터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현지 매장 직원에게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가 흔하냐는 질문에 직원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알리페이망을 이용한 카카오페이 결제가 불안정한 통신 환경으로 지연되고 있다. (사진=배희 기자)
"알리페이(카카오페이) 되나요?" "NO" (사진=배희 기자)
 
결국 로컬 상권에서 확실한 결제 수단은 여전히 현금이었습니다. 호찌민 1군 내 유명 쇼핑 명소이자 전통시장 형태인 사이공 스퀘어와 벤탄 시장에서는 QR과 카드 결제가 사실상 통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로컬 매장에서 종종 보였던 QR 안내판조차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공항에서 미리 환전한 금액을 제외하고도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출장 기간 총 1000만동(한화 약 57만4000원)을 추가로 인출했습니다. 트래블월렛 카드를 이용할 때 수수료가 면제되는 VP뱅크와 EXIM 뱅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지 ATM에서 출금 수수료가 부과되는데요. 건당 5만5000동(한화 약 3000원)을 지출했습니다.
 
호찌민에 위치한 벤탄시장 (사진=배희 기자)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서 환전하는 모습. (사진=배희 기자)
  
과도기 인프라 공략하는 K-2금융
 
카드·QR·현금이 혼재한 베트남 결제 시장에 국내 카드사들은 틈새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맹점 결제 수수료 이익을 넘어, 현지 QR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금융 데이터와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신한카드 베트남 법인인 신한 베트남 파이낸스(SVFC)는 QR 결제 서비스 제공사와 제휴 서비스 모델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SVFC는 소매금융사로 신용대출과 할부 등을 취급하는데요. 대고객 영업 및 청구·결제 서비스 등 운영 프로세스에서 QR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SVFC 관계자는 "베트남 내 파이낸스 회사는 규제로 인해 독자적인 QR 결제 서비스까지 가기엔 제한적이지만 시장 내 다양한 QR 결제 서비스 제공사와 제휴 서비스 모델을 구축해 QR 결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단말기 1위 유통업체 와이어카드 베트남을 인수하며 베트남 결제 시장에 진입한 비씨카드 베트남도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인프라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씨카드는 최근 베트남 신한은행과 매입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비씨카드 베트남 측은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 인프라의 양적, 질적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가맹점과 금융사 모두가 믿고 찾는 필수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는 게 1단계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탄탄한 가맹점 네트워크와 결제 프로세싱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부가 가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신한 베트남 은행이 입주한 호찌민 센텍타워(Centec Tower) 1층에 신한 ATM이 위치해 있다. (사진=배희 기자)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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