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이하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프로모션 후폭풍이 정치권과 관가, 시민사회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경영진을 문책성 경질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분노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 단체의 고발로 경찰 수사까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스타벅스 매장은 출근길조차 발길이 끊기며 직격탄을 맞은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사진=이혜지 기자)
출근길에도 한산한 매장…대기줄 하나 없이 적막감만
평소라면 직장인들의 출근길 발길로 발 디딜 틈 없었을 서울 광화문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하지만 22일 아침, 이곳은 대기줄 하나 없이 한산한 적막감만 감돌았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스타벅스 대신 다른 카페를 이용하며 아침 커피를 대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매장 한켠에는 스타벅스가 게시한 사과문이 걸려 있었습니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행사명과 관련 문구에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이벤트 논란 이후 판매량이 줄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출근 시간이 지난 뒤에는 매장이 더욱 한산해졌습니다.해당 매장은 비교적 규모가 큰 곳으로, 평소 많은 사람이 찾지만 이날 아침에는 매장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매장은 한산했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무엇보다 출시 전까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마케팅팀은 물론이고 최종 결재를 한 경영진도 판단이 상당히 안일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생각보다 충격이 큰 사건이라 당분간은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단순한 제품 논란이 아니라 역사와 관련된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실망감이 크다"고 했습니다.
20대 대학생 B씨는 "고의가 있다고 보고, 결재선에서 눈치 못 챈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런 민감한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사회적 리스크는 전문적으로 관리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50대 주부 C씨는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최종 결정권자 역시 이벤트 추진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조직에 한 사람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며 "이걸 만든 윗선이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40대 직장인 D씨는 "스타벅스가 서울 사무실 인근에 많은 점 때문에 자주 이용했지만, 이제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은 쿠폰 처리도 고심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D씨는 "대표 해임은 그저 요식행위라 생각한다"며 "독일에선 홀로코스트를 옹호하면 80세 노인도 감옥 간다. 지금 시민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불매 운동이지만, 적절한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사진=차철우 기자)
정치권·관가·지역사회까지 번진 '보이콧'
이런 가운데 경찰은 탱크데이 프로모션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정 회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 회장을 고발한 시민단체 측은 스타벅스의 이번 프로모션이 5·18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이유로 고발에 나선 바 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기존 강남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고발인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은 청치권과 관가, 지역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카페를 방문해 “거기 커피 아니죠?”라며 스타벅스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부 행사 등에 스타벅스 상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역시 지난 4월 스타벅스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해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등도 스타벅스의 이번 프로모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스타벅스 이용 '자제령'이 내려졌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후보들에게 스타벅스 출입 자제를 요청했고,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스타벅스 텀블러 사용 자제 방침 등을 세웠습니다. 지역적으로는 광주에서 불매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전날 각 실·국에 스타벅스 이용 지양을 당부했습니다. 광주 지역 자치구들 역시 '탈스타벅스'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일부 학교가 교원 복지비 사용처에서 스타벅스를 제외했습니다. 이밖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도 전날 성명을 내고 "5·18 광주민중항쟁을 모독한 스타벅스를 규탄하며 불매·배달 거부를 선언한다"고 했습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과 내부 검증 시스템 부재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소비자 불매 움직임은 광주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공공기관 차원의 이용 자제 분위기가 확산할 경우 선불충전금과 모바일 쿠폰 시장 등 스타벅스의 수익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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