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코스피 8천·삼성전자 영업익 57조에 가려진 '헌법상 쟁의권'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 고조…‘쟁의권 부정' 주장 속출
법조계 "생산 저해도 파업 본질…노동3권 제약 안 돼"
'파업가처분' 결정 앞둔 법원…"파업금지, 필요 최소로”
2026-05-14 18:01:49 2026-05-14 19:03:4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스피 8000 시대를 이끌 삼성전자가 스톱할 위기에 처하자 노조를 향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생산을 저해하는 것 역시 파업의 본질”이라며 “경제적 이유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신청한 가처분의 결정권을 쥔 법원을 향해선 “노동3권을 쉽게 제약해선 안 된다”는 주문도 이어집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신우정 부장판사)는 전날인 13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지부)·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등을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을 종료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제기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두 차례의 비공개로 심문을 진행했고, 파업이 예고된 21일 전까지는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같은 날 새벽엔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 조정까지 결렬되면서 파업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그러자 성과급이 쟁의행위 목적이 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부 학계와 법조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 목적은 근로조건이어야 하는데, 성과급은 경영진 의사 결정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일부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각의 논란이 잘못된 해석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성과급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조건의 일부로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당연히 쟁의행위 대상이기도 하다”며 “대법원 판례는 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인지가 쟁점이다. 쟁의행위 목적을 판단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닌 명절상여금 등도 교섭 대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성과급이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느냐는 사 측도 문제를 삼고 있지 않습니다. 전삼노를 대리하는 안우혁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사 측도 해당 쟁점을 문제로 삼지 않았다. 노사는 물론 재판부 모두 파업 자체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없다”며 “당연히 가처분 쟁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최승호 지부 위원장도 지난 13일 가처분 심문 직후 취재진과 만나 “중노위에 성과급이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문제가 없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가처분의 핵심 쟁점은 노조의 쟁의행위를 어디까지 금지할지입니다. 사 측은 노동조합법이 제한하는 쟁의행위, 즉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의 정상적인 유지·운영 작업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 방지를 위한 작업 등에 대한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습니다. 
 
특히 해당 작업 인력 규모를 두고선 노사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측은 반도체 직접회로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변질을 우려, 생산 인력의 파업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변질 방지가 곧 생산 공정 그 자체라는 논리입니다. 
 
노조는 웨이퍼 변질 방지와 단체행동권을 둘 다 보장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웨이퍼 변질을 방지할 방법은 굉장히 많다. (공정에) 투입을 안 하는 방법이 있고, 비정체스텝(안전구간)에서 웨이퍼 풉(FOUP)을 빼두는 방법이 있다”며 “저희도 사 측에 협조해 웨이퍼 변질을 방지하고 싶다. 다만 변질을 막기 위해 생산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법원이 노동조합법이 제한한 쟁의행위 범위를 넓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최종연 변호사는 “쟁의행위를 제한한 노동조합법 조항은 노동3권을 제약하는 독소 조항”이라며 “비례 원칙에 따라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 범위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자동차 노조 파업 때 도장 인력은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유지하는 최소한만 현장에 남는다”며 “시설을 유지하는 것과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건 다르다”고 했습니다.  
 
안 변호사도 “쟁의행위를 제한한 노동조합법 조항은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사건으로 만들어져 태초부터 남용될 우려가 있는 조항”이라며 “특히 심리 기간이 짧은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신중하게 심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조가 성과급을 더 받겠다는 이기심 때문에 파업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최 변호사는 “파업의 목적은 생산에 차질을 주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를 위한다며 쟁의권을 제한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하청업체와 연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 현대차 경우에도 정규직 노조가 성과급을 받게 되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성과급 기준이 마련됐다”며 “당장 하청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더라도 하청업체들이 개정노조법에 따라 교섭을 진행하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부를 대리하는 홍지나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지난 13일 법원 심문 후 취재진과 만나 “사 측은 2024년 시장이 안 좋을 때 고통을 나누자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388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임원진끼리 나눠 가진 걸로 알려졌다”며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다. 고통은 분배하자면서 열매는 나눌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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