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올해도 여전히 '경쟁 미흡' 상태라는 정부 정책기관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동통신 3사 중심의 높은 시장 집중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5G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알뜰폰(MVNO)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시장 경쟁을 보완하던 알뜰폰 마저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이후 이통 3사의 마케팅 경쟁이 다시 확대된 데다, 올해부터는 망 도매대가까지 직접 협상 체계로 전환되면서 알뜰폰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와 경쟁 활성화를 위해 키워온 알뜰폰 시장이 되레 침체 국면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2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시장 구조와 경쟁 상황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이 충분히 활성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KISDI는 시장점유율과 시장집중도, 이용자 대응력, 사업자 행위 등을 종합 분석해 매년 통신 시장 경쟁 상황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휴대전화 대리점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알뜰폰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지만 실질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2024년 기준 알뜰폰의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 점유율은 20.0%까지 확대됐지만, 소매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8.4%에 그쳤습니다. 저가 요금 중심 구조 영향으로 가입자 규모 대비 수익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5G 시장에서 알뜰폰 존재감은 미미했습니다. 2024년 기준 알뜰폰의 5G 휴대폰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쳤고, 올해 2월 기준으로도 1.4%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LTE 시장에서는 알뜰폰 점유율이 52.86%까지 확대됐습니다. 사실상 알뜰폰 성장이 저가 LTE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통해 LTE 시장 경쟁 확대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높은 5G 시장에서는 경쟁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 셈입니다. KISDI도 시장구조 개선 배경으로 정부 정책 영향을 언급했습니다. KISDI는 "시장구조의 개선은 알뜰폰 활성화 등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올해부터 시장 환경이 알뜰폰 업계에 더욱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7월 단통법 폐지 이후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다시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계는 마케팅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알뜰폰 업계에서는 번호이동 순감 흐름이 이어지는 등 성장 둔화 조짐도 감지됩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7353건 순감했습니다. 알뜰폰 번호이동이 순감을 기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여기에 알뜰폰 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정하던 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이 올해부터 사후규제 체계로 전환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사와 망 이용대가를 직접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SK텔레콤에 이어 KT, LG유플러스와도 개별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전파사용료 감면 폭도 올해부터 축소됐습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알뜰폰은 이통 3사 중심 구조에서 시장 경쟁을 확대하기 위해 성장해온 산업"이라며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만들며 시장 기반을 키워왔지만, 지금처럼 경쟁 여건이 악화되면 앞으로 알뜰폰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알뜰폰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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