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싫은 동료의 정년도 보장된다
2026-05-12 19:39:23 2026-05-12 19:39:23
공기업이나 공공조직에서 이런 말이 돈다. 빠르면 40대 후반부터 감원 압박을 받는 사기업에 비해,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이 얼마나 좋으냐고. 그런데 거기에 꼭 이런 말이 따라붙는다. "문제는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거야."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실은 꽤 진지한 고백이다. 떠날 수도, 보낼 수도 없는 관계. 한 번 입사하면 정년까지 함께 가는 것이 공공조직의 현실이다.
 
6개월간 서면으로만 대화한 두 리더
 
이 불편함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조직에서 최고 리더가 갑작스럽게 공백 상태에 놓인 적이 있었다.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할 직하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었고, 결국 협업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6개월 동안 서면으로만 회의를 진행했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로. 두 사람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불편한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방법을 모르면 사람은 피하는 쪽을 택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6개월 동안 조직은 겉으로는 굴러갔다. 현업 담당자들이 맡은 자리를 지켰고, 일상적인 업무는 처리되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제도를 손보고 구성원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혁신의 손길은 멈췄고,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발걸음도 끊겼다.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에너지가 내부의 불신 앞에서 조용히 소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신의 뿌리에는, 불편한 관계를 다루는 방법을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다는 사실이 있었다.
 
"싫은 사람은 나와 닮은 것이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오랜 직장 생활 중 유독 불편한 사람이 있었다. 날이 선 말투,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는 태도. 처음에는 '저 사람은 원래 저래'라고 넘겼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그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참 뒤, 일본의 경영사상가 다사카 히로시의 글에서 뜻밖의 문장을 만났다. "싫은 사람은 나와 닮은 것이다."
 
처음에는 책을 덮었다. 내가 왜 저 사람과 닮았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 문장이 자꾸 따라왔다. 며칠을 버티다 결국 물었다. 내가 그에게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고집. 날 선 말. 자기 방식만을 밀어붙이는 태도. 그것들이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나는 그것을 꾹꾹 눌러두고 있었을 뿐이고, 그가 거리낌 없이 꺼내놓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반응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 뒤로도 그 직원은 한동안 여전히 불편했다. 그러나 불편함의 방향이 달라졌다. 그를 향하던 시선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하고 있었다.
 
기질의 연금술이 아닌, 협업의 매뉴얼
 
그렇다면 조직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의사소통, 갈등 조정, 협업 방식 등 '함께 일하는 역량'에 관한 교육을 두고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지만, 그 회의론은 교육의 목적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다.
 
교육은 사람의 기질을 뜯어고치는 연금술이 아니다. 그 사람이 누구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를 바꾸는 것이다. 성격이 달라도 "우리 조직에서 갈등은 이렇게 다룬다"는 공통의 문법은 만들 수 있다. 본능적으로 말을 끊고 싶은 순간, 경청이라는 도구를 대신 꺼내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면, 조직의 분위기 자체가 바뀐다. 변화를 거부하던 사람도 그 흐름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6개월의 서면회의는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만든 비극이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방식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조직의 실패였다.
 
당신의 조직 안에도 말 한마디 섞기 싫은 동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동료의 정년도, 당신의 정년만큼이나 단단히 보장되어 있다. 관계의 기술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안 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을 꺼내는 것, 그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은 실천일지 모른다.
 
김주성 노원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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