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교육 자치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가 '진보 대 보수', '단일화' 같은 선거 공학적 이슈에 매몰되면서 정작 공약 개발에는 소홀한 모습입니다. 게다가 정당 후보들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후보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는 '깜깜이 선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월11일 서울의 진보 진영 교육감 후보들이 정근식 당시 서울교육감에게 단일화 경선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6개 교육감 선거구에서 보수와 진보 모두 단일화에 성공한 지역은 전국 16개 선거구 가운데 경기도와 부산 둘뿐입니다.
인천과 강원·충북·경북·세종은 진보가 분열했고, 대전은 보수가 분열했습니다. 전남 광주·전북은 진보 후보끼리 본선에서 맞붙고, 대구·울산·충남·경남·제주는 단일화가 무산되며 다자 구도를, 서울은 양쪽 진영이 단일화를 마쳤지만 독자 출마한 후보들이 나타나 다자 구도가 됐습니다.
서울은 진보와 보수 모두 말썽입니다. 진보 쪽은 6명이 경선에 참여해 정근식 예비후보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일부가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최근 한만중 예비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면서 본선을 치르고 있습니다. 보수도 윤호상 예비후보를 선출했습니다. 그런데 류수노 예비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달 30일 조전혁 예비후보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현직 교육감이 교육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무주공산이 된 세종은 현재 5명의 예비후보가 모두 진보, 또는 중도 진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경남 역시 6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진보와 보수 모두 각각 단일화가 진행됐지만,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과의 추가 단일화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인천은 보수가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진보는 현직 교육감인 도성훈 예비후보가 단일화 경선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이미 두 차례 진보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경선 불참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습니다.
교육감 후보들이 유불리를 따져가며 선거 공학에 치중하는 사이 공약은 뒷전이 됐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피해 다니기 바빴던 인천의 도성훈 예비후보는 8년의 교육감 경력이 무색할 만큼 내세울 공약이 없습니다. 서울의 조전혁 예비후보 역시 상대 후보에 대한 막말이나 '퀴어축제 반대' 등 진영을 갈라놓는 공약들만 내놓고 있습니다. '진짜 단일 후보' 싸움 중인 세종과 충남 역시 지난 선거 공약의 재탕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산 역시 사법 리스크만 거론되고 있습니다. 부산은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보수 쪽 정승윤 예비후보가 지난 8일 삭발했습니다.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데다, 권익위에서 그를 '김건희 명품 백 수수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억울하다는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이런 상황이 매번 반복되면서 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에선 교육감 후보가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와 짝을 지어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제도'가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육자치는 헌법으로 보장된 제도"라며 "단순히 제도만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정치 중립성을 재정의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의 한 관계자도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져 선거 전문가가 없다. 정책과 공약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교육감 선거 시기를 바꾸기만 해도 공약은 한결 세밀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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