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도성훈 인천교육감이 사실상 경선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인천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처음으로 무산될 전망입니다.
지난달 4일 인천시교육청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모여 임병구 예비후보를 단일 후보로 추대하고 있다. (사진=임병구 예비후보 캠프)
21일 진보 진영의 단일화 기구인 '인천민주진보교육감 추천위원회'에 따르면, 경선 후보자 모집 마감일인 지난 17일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임병구 예비후보뿐입니다.
추천위는 그동안 도 교육감의 참여 의사를 묻기 위해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하고 연락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지난 15일엔 내용증명을 보냈고, 16·17일은 추천위 관계자가 지역 행사장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했으나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추천위 관계자는 "16일 (도 교육감은 단일화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하며 행사장을 서둘러 떠났고, 17일에는 '나한테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했다"며 "과거 진보 진영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안면을 몰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추천위는 지난 20일 회의를 연 데 이어 조만간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9일 출범한 추천위는 다음달 10일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하가로 했습니다. 이 기간에 토론회를 세 차례 열 예정이었지만, 도 교육감이 단일화 참여를 거부하면서 모두 무산됐습니다.
마지막 남은 단일화 방안은 후보 간 협상입니다. 도 교육감은 지금까지 단일화는 물론 독자 출마 여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만약 보수가 단일화에 성공하고, 분열된 진보가 뒤처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 이를 명분 삼아 임병구 예비후보 측에 단일화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후보 등록 기간이 5월14~15일인 만큼, 그때는 여론조사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여론조사는 재선에 성공한 현직인 도 교육감에게 유리합니다. 추천위는 원래 선거인단 투표, 지역 시민사회단체 투표, 여론조사를 종합해 단일후보를 뽑을 계획이었습니다. 지역 시민사회가 도 교육감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여론조사만으로 경선을 치르면 도 교육감에게 유리해집니다.
지난 20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보수 진영의 (왼쪽부터) 연규원·이대형·이현준 교육감 예비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보수 진영의 연규원·이대형·이현준 예비후보는 단일화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단일화 논의가 무산된 전례가 있어 이번 시도가 완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연규원 예비후보는 "공개하지 않은 한 장의 합의서가 더 있다"며 "누구든 합의를 깨고 나간다면 남은 한 장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일화 파기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뜻입니다.
도 교육감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직에 있어 경선 참여가 어렵다"면서도 "자기들끼리 만든 추천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병구 예비후보 캠프는 "정근식 서울교육감도 참여하고 있다. 현직이라 참여가 어렵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도 교육감은 앞서 두 번 민주진보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추천위 연락 피하다 내용증명을 받았다는 말에서 3선에 취한 노쇠한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까지 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천은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이후 모두 진보 단일 후보들이 당선됐습니다. 이 기간 보수 후보는 모두 분열했고, 진보는 모두 단일화에 성공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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