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이란과의 군사 충돌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암살 위기를 넘겼습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총격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트럼프 정치에 새로운 변수이자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대선 유세 총격과 플로리다 골프장 저격 시도에 이은 세 번째 피격 위협입니다. 반복되는 신변 위협은 보통 정치적 위험으로 여겨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해 온 만큼, 전 세계 정치권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고 지지율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암살 위기를 넘겼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 힐튼 호텔은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사진 =UPI=연합뉴스)
트럼프 만찬 총격범, 워싱턴서 구금·조사…27일 법원 출석
26일(현지시간) <CBS>에 따르면 총격 사건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31)은 워싱턴 남동부 구치소로 이송돼 27일 워싱턴 시내 연방법원에 출석해 판사 앞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총격범 앨런은 범행 직전 성명에서 행정부 고위 인사를 '우선 표적'으로 지목, 사실상 권력 핵심을 겨냥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암살 위협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국정 주도권을 강화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범이 제압된 뒤 "쇼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곧바로 백악관 브리핑룸에 서서 직접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국정 장악력을 강조했습니다. 위기 상황을 '리더십 과시 무대'로 전환하는 전형적인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외신도 이 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표적이 된다"며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그것이 일종의 영광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반복되는 피격 위협을 개인적 위험이 아니라 정치적 정당성과 영향력의 증거로 해석하는 발언으로 읽힙니다.
정치적 파장은 단기적으로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인터뷰에서 "그 공간이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었다"고 평가하며 "사건 이후 정치권 전반에서 일시적 연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 환경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의 의미는 더 커집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부각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정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며 정치적 부담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임기 초 50%에 달했던 국정 지지율은 4월 말 30%대 초반까지 주저앉았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중 총격 사건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위협받는 지도자' 이미지 강화…여론 분산·지지층 결집 유도
이 같은 환경에서 발생한 피격 위협은 단순한 악재를 넘어 정치적 국면 전환 계기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외신은 반복되는 암살 위협이 '위협받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동원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피격 사건에서도 즉각 유세를 재개하며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CNN>은 "지난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 총격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피격 직후 주먹을 들어 올린 장면은 즉각 상징적인 이미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행정부 인사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공공 안전·치안' 강화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백악관 연회장 건설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보안 이슈를 정책 어젠다로 끌어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춘 백악관 연회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외부 행사장 대신 통제 가능한 공간에서 국가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경호 실패 논란을 정책 추진 명분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보안 인프라 강화와 '강한 정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다만 정치 폭력의 반복 자체는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남습니다. 총격범이 남긴 성명에서 드러난 정치·종교적 정당화 논리는 정치적 신념이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점점 직접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 재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성명서를 보면 용의자 앨런은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고, 나의 대표자들이 한 행위는 나를 반영한다"며 "나는 더는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그의 범죄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일이 있기 전에 학대당하거나 살해된 사람들, 내가 이 시도를 하기 전 고통받은 모든 사람, 그리고 나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후에도 고통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