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에벤투스파트너스가 투자 기업의 부실화 과정에서 후순위 성격의 자기 지분을 선순위 채권으로 인정받아 일반투자자들과 채권 변제 경합을 벌인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메자닌(Mezzanine) 펀드 시장에서 운용사의 선행 투자금이 존재할 경우 일반투자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사례로 지목됩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사업 시행사인 비에이치에너지(BH에너지)의 자금 조달 구조를 살펴보면, 운용사 에벤투스의 중복 투자 정황이 확인됩니다. 에벤투스는 2019년 3월,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와 공동 GP(업무집행조합원)로 있는 신기술조합을 통해 비에이치에너지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30억원어치(2만4000주)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에벤투스 대표는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됐습니다.
이어 7개월 뒤인 2019년 11월, 에벤투스는 일반투자자들의 자금 약 30억원을 모아 사모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펀드는 '에벤투스솔라제1호'라는 SPC를 거쳐 비에이치에너지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습니다. 운용사 측이 RCPS(자본)를 선행 투자한 이후,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이 CB(부채) 형태로 후행 유치된 구조입니다.
2020년 들어 REC 가격 하락과 여주 프로젝트 인허가 실패 등으로 비에이치에너지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까지 받자, 에벤투스 측은 2020년 3월 자신들이 보유한 RCPS에 대해 조기상환청구권(Put Option)을 행사했습니다.
이후 비에이치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상법상 RCPS의 조기상환청구는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때만 효력이 있습니다. 당시 비에이치에너지는 대규모 적자 상태로 배당가능이익이 산정되기 어려웠으므로, 에벤투스의 RCPS는 채권(부채)보다 변제 순위가 후순위인 주주(자본)의 지위에 해당할 여지가 컸습니다.
그러나 회생절차 과정에서 비에이치에너지는 일반투자자들의 CB(31억원)와 에벤투스 측의 RCPS 상환 요구액(30억원)을 모두 동순위의 '대여금 채권(회생채권)'으로 묶어 목록을 제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벤투스는 자사의 RCPS를 채권으로 인정받는 것에 대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법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조기상환청구를 근거로 후순위 자본이 선순위 부채와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됐습니다.
이러한 운용사의 지위 변화는 감사보고서 주주명부에서도 나타납니다. 비에이치에너지의 2019년도 감사보고서에는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가 우선주 2만4000주를 보유한 지분율 14.5%의 '주주'로 명확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조기상환권을 행사한 2020년도 감사보고서 주주명부에서는 이들의 이름과 우선주가 제외됐습니다. 회사의 재무 위기가 발생하자 지분을 일반 채권으로 전환해 자금을 회수하려 한 과정이 재무제표상 확인됩니다.
운용사의 이 같은 이해상충 문제는 한정된 상환 재원을 운용사 측과 일반 CB 투자자들이 약 5대5 비율로 나눠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운용사가 자사의 선행 투자금 회수를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일반 펀드 고객들의 회수율 저하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현재 투자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3년 작성된 공정증서를 바탕으로 대주주 소유의 부동산 매각 대금 일부가 상환금으로 배당됐으며, 남은 동산에 대해서도 강제경매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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