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중국 공세에…삼성전자, 외주화로 ‘가전 전환’
저수익 제품 외주 비중 높이기로
총괄 영업 조직도 경영 진단 착수
중국 공세에 현지 시장 재편나서
HVAC·B2B 등 고수익 사업 집중
2026-04-29 14:33:16 2026-04-29 15:03:10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수익성이 악화된 삼성전자 가전사업부가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저수익 제품의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한편 외주 생산을 늘려 경쟁력 있는 고수익 제품 위주로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기염을 토했지만, 반도체 사업부가 실적 대부분을 이끌고 있는 실정입니다. TV·가전 사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수요 부진, 대외적 불확실성 증가 등 겹악재를 맞고 있는 만큼,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사업 구조 개편안을 제시했습니다. 저수익 제품의 경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하고, 고수익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핵심입니다.
 
HVAC·B2B 등 고수익 사업 집중
 
이에 따라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며, 1989년 설립돼 주요 해외 생산거점 역할 맡아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할 계획입니다. 반면 ‘비스포크’ 시리즈 등 프리미엄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 구독서비스 등 고수익 사업에 역량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삼성전자는 에어드레서 등 일부 제품군에 대해 외주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생산라인 재편 역시 핵심 제품군에 집중하면서 주변 제품군은 외주에서 소화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들의 성장과 대내외적 여건 악화로 수익성 방어가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재편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한국 총괄에 대한 영업진단도 착수했습니다. 이번 진단은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내 경영진단팀이 아닌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진단팀이 이끄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영업조직 비용 구조를 재설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마련된 윈호텔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작년 영업적자 2천억…올해도 불투명
 
삼성전자의 TV·가전(VD·DA) 사업부문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돼 왔습니다. 매출은 2022년 60조6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55~57조원대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와 4분기는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3분기 1000억원가량의 영업적자는 4분기 6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며 연간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올해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올해 1분기는 환율 급등 효과로 적자는 면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대외적 불확실성 증가로 수익성 관리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중국 업체들의 경쟁 심화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입니다.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런투(RUNTO)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 전체 출하량은 3289만대로,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외국 브랜드의 출하량은 100만대 이하였습니다.
 
TV 사업부 역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 폐쇄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TV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탓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사업도 철수"…고강도 체질 개선
 
이렇다 보니 중국 시장에서도 사업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니혼자이게이신문은 27일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말 판매 중단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연내 중국 내 가전 및 TV 판매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5일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명신 기자)
 
앞서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15일 삼성 강남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 서울 2026’ 행사에서 중국 가전·TV 사업 축소 검토설에 대해 “중국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 형태로 (사업을) 보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완제품 사업에서 고강도 사업 재편에 나서는 이유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 대부분을 반도체(DS)사업부가 이끈 것으로 분석됩니다. DS사업부는 메모리 초호황기(슈퍼사이클)를 맞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등 전 제품군에서 수요가 상승하며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완제품 사업부의 적자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저수익 제품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수익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으로 완제품 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입니다. 사업부 간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가 체질 개선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는 진단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는 30일 열리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가 가전·TV 사업 재편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저수익 제품에 대해 아웃소싱 혹은 OEM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기업의 전통적인 기법”이라며 “이런 형태의 사업 재편은 필수적인 부분으로, 기업은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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