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장기화되는 CU 사태 와중에 BGF리테일은 궁지에 몰렸고, 화물 노동자들은 명분을 얻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화물 노동자 등 특수고용 노동자도 노란봉투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해석의 여지가 커졌습니다.
그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화물연대가 '법외 노조'라는 이유로 교섭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더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화물연대는 노동위 판정 이후 '교섭에 성실히 나서라'라며 BGF 측을 압박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8일 서울 강남구 BGF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8일 서울 강남구 BGF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위에서 화물연대가 노조법상 노동조합이고 교섭 절차에 함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CU 사태의 원인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BGF리테일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판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이날 BGF 사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 측을 향해 성실 교섭을 촉구했습니다.
전날인 27일 노동위는 CJ대한통운과 한진에 대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시정 신청을 인정했습니다. 앞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지난 3월 초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택배노조, 화물연대 등의 교섭 요구를 받고 이를 공고하면서 교섭 절차를 밟았습니다. 하지만 화물연대에 대해서는 '법외 노조'라는 이유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서 제외했습니다.
노동위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인지,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인지 등을 살펴보고, 교섭 요구 공고해서 화물연대만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는 화물연대의 노조 지위를 확인하고, 이들이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위의 이번 판단은 고용노동부가 CU 사태를 두고 "노란봉투법을 벗어난 일"이라고 했던 것에서 진일보된 입장입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지난 26일 KBS 방송에서 "(화물 노동자들이) 자영업자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인 지배와 경제적 종속성이 있다면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이전과 달라진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 노동위 결정은 교착 상태에 빠진 BGF 측과 화물연대 간 교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BGF 측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부인하고, 화물연대를 '법외 노조'라며 '교섭'이 아닌 '협의'로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노사 간 교섭에 의해 체결된 단체협약은 노동 관련법에 의해 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당사자 간 협의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위가 화물연대의 노조 지위를 인정하면서 BGF 측이 교섭이 아니라고 주장할 근거가 사라진 셈입니다. 또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5개 택배사는 이미 화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교섭 절차에 돌입한 만큼, BGF 측의 사용자성 부인도 힘들어 보입니다.
민현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BGF 측은 화물연대가 법외 노조여서 지금 하는 교섭 등이 노조법상 단체 교섭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주장은 CJ대한통운과 한진도 동일하게 했던 주장"이라며 "그러나 노동위 판단은 사용자들의 그런 주장이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BGF 측은 이번 노동위 판정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BGF로지스 관계자는 "BGF로지스와 화물연대의 협상은 노동위 절차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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