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집속탄두 탑재 실험…방중 앞둔 트럼프에 메시지
이란전 전훈 반영해 방공망 무력화·사회인프라 공격 능력 과시
2026-04-09 17:29:19 2026-04-09 17:45:13
지난 2020년 10월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탄도미사일 산포전투부(집속탄두) 시험을 비롯해 전자기무기(EMP탄)와 탄소섬유탄(정전폭탄) 등 각종 투발수단에 적용 가능한 전략적 특수 무기체계를 시험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8일) 오전에 있었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화성포-11가'에 최근 이란이 사용해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은 것과 같은 집속탄두를 장착해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의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전술탄도미사일 산포전투부(집속탄두) 전투적용성 및 새끼탄 위력 평가시험을 진행했다"며 "지대지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가'형의 산포전투부로 6.5~7헥타아르(㏊)의 표적 지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집속탄두를 장착한 KN-23 1발로 축구장 10개 면적인 약 2만평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 떨어지면 다수의 민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북한이 같은 날 오후 발사해 700㎞ 이상 비행한 SRBM 역시 '화성포-11가'로 저가형 재료로 제작한 엔진을 장착해 최대 비행거리를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성비 높은 SRBM을 신속하게 다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시험이라는 평가입니다.
 
아울러 북한은 전자기무기(EMP탄)와 탄소섬유탄(정전폭탄)의 시험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여러 공간에서 각각 다른 군사적 수단들에 결합·적용하는 전략적 성격의 특수자산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들 무기체계는 각종 전자 장비와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첨단기술입니다. EMP탄은 군사용 장비의 무력화는 물론 인근의 통신·전력·교통·의료 등 사회 인프라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정전폭탄 역시 전력망을 마비시키는 무기로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이동식 단거리 지대대공미사일의 전투적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최근 이란이 미국의 F-15E 전투기를 요격한 것과 같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 공습 초기 이란의 방공망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군 F-15E 전투기 격추되면서 이란이 고정식 대공미사일이 아닌 이동식 대공미사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무더기로 무기체계 시험을 공개한 건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일단 공개한 무기체계들이 최근 이란 전쟁에서 사용됐거나 현대전 양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과 같이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한이 방어 능력은 물론 다양한 수단으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산업 인프라를 파괴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집속탄두 시험발사와 저가형 재료 엔진 시험은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저렴하게 대량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이 이란과 같이 섣부르게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산업 인프라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EMP탄과 정전폭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이란이 주변국의 산업 인프라를 무차별 공격하는 양상을 보인 데 착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란 전쟁에서 보여준 비대칭전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전쟁의 사례를 바탕으로 전술적 가치가 높은 새 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미국을 향한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조심스럽지만 북·미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9일 평양을 찾았습니다. 왕 부장은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을 갖는 것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반도 정세와 북·미 대화 등을 미·중 정상회담 전에 조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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