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0월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8일 하루에만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쏘며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북한이 하루에 여러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2022년 11월3일 이후 3년5개월여 만입니다. 전날에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50분쯤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했습니다. 이어 오후 2시20분쯤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쐈습니다. 오전에 발사된 SRBM은 약 240㎞를 비행한 후 동해상에 낙하했고, 오후에 발사된 SRBM은 700㎞ 이상 날아갔습니다.
합참은 "두 차례 발사된 탄도미사일의 정확한 제원에 대해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며 "한·미 정보당국은 발사 동향에 대해 추적하고, 미국·일본 측과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합참은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의 SRBM을 각각 사거리를 달리해 시험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북한은 전날에도 평양 일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이 발사체는 비행 초기 이상 징후를 보이며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전날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시험발사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이 하루에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건 이례적입니다. 지난 2022년 11월2일에 오전부터 오후까지 10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2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중 1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강원 속초 동쪽 공해에 떨어진 바 있습니다. 앞서 2016년 6월22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2발을 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민간인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한 유감표명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답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이에 화답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담은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담화가 나오자 통일부는 지난 7일 "남북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뤄진 것은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같은 날 밤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개꿈 같은 소리를 한다면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 섞인 해몽'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김 부장 담화의 핵심은 분명한 경고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장 부상의 이 같은 담화를 전후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것은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무력시위를 통해 보이려 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9~10일 북한을 방문합니다.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반도 정세를 두고 북한, 미국, 중국이 고차방정식을 만들어내는 형국입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장 부상의 담화에 대해 "비난과 모욕적 언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며, 북측도 호응해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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