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100원 뛴 원·달러 환율…금융지주 '밸류업 잔치' 찬물
2026-04-03 14:16:03 2026-04-03 14:33:0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주주가치 제고) 전략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중동 리스크 고조로 환율이 한 때 1530원을 돌파했다가 현재 1500원대를 횡보하는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CET1) 방어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요.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린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혔습니다. 
 
환율 1500원 뚫자 CET1 흔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전반적으로 고환율에 따른 CET1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CET1 비율은 납입자본·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된 보통주자본을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대응능력과 배당 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본적정성 지표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고, 이는 RWA 확대를 통해 CET1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CET1이 약 0.01~0.02%p 하락하는 것으로 보는데요. 지난해 말 환율이 약 1430원대에서 100원 가까이 오르면서 단순 계산 시 약 0.10~0.20%p 수준의 하락 압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금융지주들의 CET1 수준은 여유가 크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지주 13.79%, 하나금융지주(086790) 13.37%,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13.22%, 우리금융지주(316140) 12.9%로 대부분이 13%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는 통상 CET1 약 13%를 기준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결정합니다. 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갈 경우 환원 여력 자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KB금융(105560)의 경우 13.5% 초과 자본’을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환원 가능 재원의 축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환율 상승으로 외환거래 손익 변동성이 커지면 RWA 증가로 이어지는데요.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RWA는 지난해 말 기준 862조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12조원 이상 늘었습니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제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 등 정책 요인까지 겹치면서 자본 부담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익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은행은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환율 변동 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고,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환차손이 확대될 경우 그룹 수익성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1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환율 오를수록 주주환원 여력↓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 정책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지주별 배당 및 자사주 정책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밸류업 정책 시행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준 52.4%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했고, 신한금융 50.2%, 하나금융 46.8%, 우리금융 39.8% 수준으로 환원율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앞으로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주가 본격적인 주주환원 국면에 돌입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다만 이러한 기대는 불과 한 분기 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주환원 경쟁이 구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비즈니스 확대 등으로 환율에 대한 자본비율 민감도가 높아진 금융지주의 경우 환율 급등 시 자본 완충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 규제 변화 역시 CET1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당성향 25% 이상과 배당총액 10% 증가 요건을 반복적으로 충족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필수적이나 수익성이 둔화될 경우 정책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밸류업 정책 시행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주주환원 확대를 선언했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지주별 환율대응 고삐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과 규제 변수에 따라 CET1이 흔들리는 구조에서 단기적인 환원 확대 경쟁은 장기적으로 자본 완충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비이자이익 확대나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ROE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RWA 관리와 환헤지 강화 등 전방위적인 리스크 방어전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외화환산손익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 헤지를 적극 실시하고, 계열사별 외환 포지션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노출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환율 급변 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 익스포저 조정 등 대응 방안을 신속히 실행해 변동성 확대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자산 성장 속도와 위험가중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건전성 지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처럼 환율과 RWA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CET1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주환원 의지는 유지하되 자본비율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와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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