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노동자 14명이 사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에 대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여부를 따지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2024년 '아리셀 화재'와 유사한 점이 많아 벌써부터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이 중형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가 지난 23일 화재 현장인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공장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근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등을 중처법으로 입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3일 경찰과 함께 안전공업 본사와 제2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산업단지에 있는 안전공업 화재로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은 유증기와 집진기에 쌓인 찌꺼기(슬러지) 등으로 지목됩니다. 실제로 참사 전에도 화재가 여러번 일어났음에도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히려 안전공업은 유증기 배출을 위해 환풍기를 추가 설치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듣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화재 당시 경보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허가받지 않은 공장 구조 변경으로 노동자들의 대피를 어렵게 했다는 점도 지적받습니다. 화재로 숨진 노동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2층 복층 공간은 무단으로 구조를 변경해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창문은 한쪽 벽면에만 있고, 내부 공간엔 사물함이 길게 늘어서 있어 대피 동선을 방해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안전대책 미비와 무단 구조 변경은 23명이 사망한 2024년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도 지적됐던 점입니다. 아리셀 공장에서도 참사 전인 2021~2022년 세차례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또 샌드위치 판넬로 가벽을 설치하는 등 무단 구조 변경으로 희생자들의 탈출로를 막았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지금까지 중처법 처벌 중 가장 무거운 형량입니다.검찰은 27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박 대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이번 안전공업 참사에서도 아리셀과 마찬가지로 중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으로 활동한 손익찬 노무법인 일과사람 변호사는 안전공업 참사에 대해 "총체적으로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이제 무너졌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며 "굉장한 중형의 선고가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참사 이후 손 대표가 희생자들에 대해 '늦게 나와서 죽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도 봤습니다. 손 변호사는 "(업체 대표가) 그렇게 인식이 저열한 수준이라면, 향후 수사나 처벌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아리셀 참사 1심 재판부는 산업재해를 대하는 경영자들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문에서 "기업가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하다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결국 합의를 이유로 선처를 받는 선례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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