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극심한 시기에 은행권이 전세대출로 거둔 이자이익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들의 막대한 이익만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사고 4.6조 났을 때 은행 이자수익 6.8조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카카오·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의 2020년~2025년 전세대출 이자이익을 보면 2023년 전세대출로 거둔 이자이익이 6조8044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23년은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가 가장 극심했던 시기입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이란 전세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받지 못해 임차인이 보증 기관에 대신 돌려달라고 신고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한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서울보증보험(SGI) 등 보증 3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와 금액은 2만65건·4조5570억원으로 5년간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도 2만2520건·4조9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같은 해 이들 은행이 거둔 전세대출 이자이익도 6조2078억원에 달합니다. 전세대출 이자이익은 2020년 2조6829억원을 기준으로 2021년 3조1101억원으로 16% 증가했고, 2022년에는 4조8910억원으로 82% 늘었습니다. 그러다 전세가기가 극성을 부리던 2023년 6조8044억원으로 154%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고, 2024년에도 6조2078억원으로 131% 증가했습니다.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이들 은행은 전세대출 이자이익으로 5조6342억원을 거둬들였는데요. 이는 전세사기 피해가 극심했던 2023년 대비 약 17% 감소한 수준이며, 2024년과 비교해도 약 9%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금리 상승기라는 거시경제 상황과 전세대출의 특수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2023년 전후로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와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신규 전세 수요는 위축됐지만 기존 대출을 유지해야 하는 임차인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부담을 그대로 떠안았습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 매물의 경매가 급증하고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은행은 보증기관(HUG·주금공·SGI)의 보증서를 담보로 실행된 대출을 통해 안정적인 이자 채권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전세시장의 위험 요인은 임차인과 보증기관에 집중된 반면 대출을 실행한 은행은 시장의 혼란과 관계없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익 확대 구조를 유지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적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은행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기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3년, 은행별 전세대출 이익 최소 2배로 뛰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보면 전세대출 이자이익 증가 흐름은 뚜렷합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이자이익은 2020년 2조6030억원에서 2023년 6조1887억원까지 늘어나며 3조5857억원(약 138%) 증가했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5182억원에서 1조4256억원으로, 9074억원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습니다. 신한은행은 6073억원에서 1조3795억원으로 7722억원 늘었고 KB국민은행은 5607억원에서 1조2900억원으로 7293억원 증가했습니다. 하나은행은 4662억원에서 1조1662억원으로 7000억원 늘었고 NH농협은행은 4506억원에서 9574억원으로 5068억원 늘었습니다.
상승률로 보면 우리은행이 175%로 가장 많이 늘었으며 △하나은행 150% △KB국민은행이 140% △신한은행 127% △NH농협은행 112% 순이었습니다.
한창민 "전세사기 피해 지원 기금 조성해야"
전세대출 이자이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금리 상승과 대출 잔액 유지가 동시에 작용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전세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증가했고, 역전세난에도 불구하고 기존 계약 유지와 신규 수요가 이어지며 대출 잔액이 급격히 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출 구조상 은행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세대출은 정부 등 보증기관의 보증을 거친 대출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원금 손실 위험이 크게 낮은 상품인데요. 전세사기가 터지더라도 손실은 은행이 아니라 보증기관에 돌아가게 됩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확산하면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반면 은행은 대출 채권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이자이익을 확보했다는 지적입니다.
한창민 의원은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피해로 서민들이 삶의 기반을 잃고 있는 동안 은행권은 막대한 전세대출 이자이익을 거뒀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단순한 시장 결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 등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세보증금 사고가 급증한 시기 은행권 전세대출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가 확산되던 시기에 은행들이 대출을 통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데 대해 사회적 책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무분별한 전세대출 금융기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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