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설 특수 실종…오른 물가에 가벼워진 장바구니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은 서울 한복판 전통시장
썰렁한 시장서 "이정도면 사람 많다"는 상인
설명절 선물세트 찾는 발길 '뚝'…한산한 마트
제수용 사과 1개 만원…"요즘 장보기 무섭다"
2026-02-12 17:21:19 2026-02-12 17:39:32
12일 오전 영등포 소재 한 전통시장은 명절 전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이혜지 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명절 대목으로 활기를 띠어야 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예년과 달리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몇 년 새 두배 이상 뛴 먹거리 물가에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상인들은 명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전통시장은 한산했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축산물, 전류 재료를 진열해 둔 상인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었지만, 장을 보는 사람보다 상인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명절 대목 옛말…시장·마트할 것 없이 '조용'
 
시장에서 수십 년간 기름집을 운영한다는 상인 A씨는 "명절 대목이 예전 같지 않은 지는 오래됐다"며 "차례를 안지내는 집이 늘어나고, 물가도 너무 많이 오르면서 손님들이 '장 보기 무섭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습니다. 평일 낮이라서 한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게 명절 전이라 그나마 많은 편이다"라며 "주말에도 사람 없기는 똑같고, 손님들이 하도 비싸다고 해서 가격도 안 올리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장 한복판에서 마늘과 생강을 파는 상인 B씨도 '장 보러 오는 손님 많냐'는 말에 손사레를 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B씨는 "대목도 옛말이다. 특히 시장은 찾아오기도 힘들어서 나이드신 분들 외에는 잘 찾지 않는다"며 "야채나 김 같은 기본 반찬거리도 가격이 너무 오르다 보니 예전처럼 한꺼번에 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 간다"고 말했습니다.
 
예년이라면 명절 특수에 바쁠 떡집도 조용했습니다. 대를 이어 떡집을 운영했다는 상인 C씨는 주문서를 직접 보여주며 "예전에는 절편이랑 송편 주문이 엄청나게 들어왔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명절에도 모이지 않고 죄다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며 "소고기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떡 주문은 몇 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12일 오전 영등포 소재 한 전통시장의 축산물 가게에서 손님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대형마트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개에 2990원짜리 파프리카를 들었다 놓으며 고민하던 주부 D씨는 "물가가 엄청 올랐다는 게 체감이 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D씨는 "원래 파프리카를 자주 사 먹는데, 오늘 나와서 보니 너무 비싸서 그냥 내려놨다"며 "작년보다 40%는 오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화려하게 쌓아놓은 세트 상품들 앞을 지나는 손님은 있어도, 멈춰 서서 살펴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판매원은 "작년 추석부터 여기서 일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절반도 안 온다"며 "오늘도 몇 시간째 보는데 선물 세트 찾는 고객이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 설 명절 선물 세트 코너. (사진=이헤지 기자)
 
무서운 물가, 사과 1개 만원…배추 1포기 5000원
 
크게 오른 물가는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시장에서 판매 중인 제수용 사과 가격은 한 개에 1만원, 배 한 개는 8000원이었습니다. 좀 더 저렴한 특품은 개당 4000~6000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오이는 두 개 5000원, 당근도 한 개에 2000원, 참기름은 한 병에 7000~1만원 수준이었습니다.
 
대형마트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채 코너에 진열된 배추 한 포기 가격은 4490원, 대파 한 단은 3490원, 애호박은 2990원이었는데요. 모두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뛰어오른 값입니다. 50대 주부 E씨는 한 팩에 8990원에 판매 중인 딸기 진열대 앞을 지나면서 "한 팩에 만원이 넘는 것도 있던데 그거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예전 생각하면 너무 비싸다"라며 "뉴스 보니 딸기 버리던데, 버리지 말고 싸게 팔면 안 되냐"고 토로했습니다. "원래는 명절 음식 재료 한꺼번에 사는데 너무 비싸서 오늘은 이것만 샀다"고 덧붙였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대형마트에 야채 판매 코너. (사진=이헤지 기자)
 
간간히 보이는 손님들은 가격을 듣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 F씨는 "원래 전통시장에서 장 보는 걸 훨씬 좋아하는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라서 시장 가격이 더 저렴하지도 않다"며 "지금도 장 보러 왔다가 일단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야채와 과일 가격의 체감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고 답했습니다. 주부 G씨는 "김이랑 야채가 예전보다 두 배는 오른 거 같다"며 "요즘은 마트랑 전통시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더 싼 곳에서 구매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도 부추 한 단, 무 한 개 정도 구매한 게 전부"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업계는 크게 오른 물가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소비 위축이 구조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명절을 기점으로 매출이 크게 반등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계절성이 약해지고 있다"며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혜지 수습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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