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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손바닥' 서울-양평 고속도로…신뢰보호원칙 위반 '제기’
2023-07-12 17:00:57 2023-07-12 18:19:14
 
 
[뉴스토마토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백지화로 시끌벅적합니다.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친 대규모 국책사업이 돌연 중단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법조계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친 국책사업 백지화에 대해 법률이 규정하는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다는 견해가 제기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범대위가 10일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가 말 믿은 사람 바보 안되게 하는 ‘신뢰보호원칙’은?
 
독일이 동서로 분단됐을 때 일입니다. 당시 동독정부는 노인 부양의무를 피하기 위해 60세가 넘는 노인에 한해 서독 이주를 허용했습니다.
 
서독 정부도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체제선전에 힘쓸 때 였습니다. 동독과 서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서독은 동독 정부가 제시한 노인 이주 정책을 받아 들여 연금을 지급키로 한 겁니다.
 
이에 동독에 거주하던 한 과부가 서독으로 이주하면 과부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서독 공무원의 회신을 받고 서독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다소 늦게 이사를 하는 바람에 연금 청구 신청기한이 지나 서독에서 연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과부는 법원에 서독을 제소했습니다. 독일연방행정재판소는 신뢰를 보호하라며 과부측에 연금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판결이 발전하면서 ‘신뢰보호원칙’이 된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법원칙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입니다.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뢰보호원칙은 행정의 전 영역에 적용됩니다. 
 
뒤집힌 서울-양평 고속도로, '신뢰보호원칙' 적용 가능?
 
신뢰보호원칙은 행정 전 영역에 적용됩니다. 때문에 이번 사안과 같이 행정계획의 변경에도 적용이 있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청의 선행조치가 있고 △이로 인해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발생한 후에 △해당 견해를 신뢰하고 일을 했음에도 △행정청이 선행조치에 반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이번 백지화 선언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 것일까요
 
살펴봅시다. 국토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했고 △이러한 국토부의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 대해 양평군민 등 이해관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며 △양평군민 등 이해관계인이 그 표명을 신뢰하고 각자 일정한 행위를 하였을 것인데도 ④ 국토부가 갑자기 위 표명에 반하는 전면 백지화 처분을 함으로써 그 표명을 신뢰한 양평군민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됐습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신뢰보호 원칙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백지화 이유에 대해 정부 주무부처장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는데요. 이런 이유가 행정청이 견해를 변경하는 데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백지화 선언 이유가 공익과 사익을 비교해 어쩔 수 없이 백지화해 사업을 중단해야만 하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면 법적으로 신뢰보호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은 공익적 이유로 사업중단을 한 것이 아님은 명백합니다.
 
원고적격 자격은 누구?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을 어긴 행위는 위반이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무효 또는 취소가 됩니다. 이미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백지화 선언에 대해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받으려면,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을 취소받거나 무효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손해가 발생했다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지화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 법률용어로 '원고적격'은 누가 있을까요.
 
행정소송법 제12조와 제35조에는 '처분 등의 취소,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사람'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의무 관계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해당 사업 주위에 사는 양평군민이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신뢰하고 경제적 이익을 투하한 사람, 즉 땅을 산 사람은 권리관계에 백지화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니 원고적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
 
최우석 법률전문기자 wscho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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