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빚투 줄었지만…증권사들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늘었다
증권사 28곳 상반기 신용 이자수익 약 1조…전년비 14%↑
개미는 '반대매매' 곡소리, 증권사는 10% 고금리 장사
투자자예탁금 이자율은 0%대…상반기 지출 1천억 불과
2022-08-18 06:00:00 2022-08-18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증권사들이 상반기에 '빚투(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 이자수익으로만 약 1조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빚투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을 높여 수익을 방어한 것이다. 상반기에 증시 하락으로 기록적인 빚투 반대매매(주가 급락에 증권사가 강제청산)가 쏟아져나오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막대했지만 증권사들은 10%에 육박하는 고금리 이자장사로 배불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1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중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는 증권사 28곳의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970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8525억원에 비해 13.8%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별로 한국투자증권의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19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과 비교해서도 122.3% 급증해 증가율도 최고 수준이다. △삼성증권(1392억원) △키움증권(1225억원) △미래에셋증권(1157억원) △NH투자증권(1049억원)도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1000억원을 넘겼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이자수익은 33.9% 늘었으며 신한금융투자도 8.13% 늘었다. 미래에셋증권(-12.3%), NH투자증권(1.48%), 대신증권(-8.0%), 메리츠증권(-7.1%) 등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했던 와중에도 견고한 신용융자 이자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높은 이자율이 있다. 증권사들은 작년 말부터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수차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여왔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최고 이자율이 10%에 육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0일 초과 장기 신용융자에 대해(적용 예정 이자율 포함) 유안타증권·부국증권(9.9%), 삼성증권(9.8%), DB금융투자(9.7%), 하이투자증권(9.6%), 신한금융투자·KB증권·키움증권·한양증권·SK증권(9.5%) 순으로 이자율이 높았다. 28개사 중 15개 증권사의 최고 이자율이 9.0%를 넘어섰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최고 이자율이 7~8%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p 이상 올랐다.
 
작년보다 이자수익이 감소한 증권사들은 비교적 낮은 이자율을 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8.9%), NH투자증권(8.7%), 대신증권(8.5%) 등은 9.0% 미만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신용융자 이자율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자는 여전히 0%대다. 증권사들이 상반기에 지출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1062억원으로, 신용융자 이자수익의 9분의 1에 그친다.
 
증시 업황을 불문하고 신용융자 이자는 증권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의 연간 신용거래융자 이자 수익은 코로나 이전 2000억원을 밑돌았으나 동학개미운동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한 이후 2020년 9970억원, 2021년 1조8095억원까지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엔 증시 부진으로 신용융자 잔고가 올해 초 23조원에서 6월 말 17조원대까지 내려왔으나, 증권사들은 이자율을 높임으로서 수익을 오히려 늘렸다. 증시 급락에 강제 청산되는 반대매매 계좌가 속출하는 등 빚투에 따른 개인투자자 손실이 막대한 가운데 증권사들만 이자로 배불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빚투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자 수익은 늘었다면 이자율을 너무 높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빚을 낸 투자자들에겐 증시 하락에 따른 부담뿐 아니라 이자율 부담까지 더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는 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아파트 담보대출 등보다 비싼데, 주식이 변동성이 크다 해도 현금화가 쉽고 증권사의 리스크가 그리 크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자율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