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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중재법TF’ 탐방)”사고 방지가 입법 목적…예방·자율 패러다임 전환 필요”
김앤장 중대재해대응그룹 홍용준·조서경 변호사 인터뷰
"'안전보건 확보의무' 여전히 추상적...시행령 손 봐야"
"엄벌만으로는 사고 예방 안 돼...기업 의지 살려줘야"
2022-08-17 12:00:00 2022-08-17 12:00:1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의 ‘중대재해대응그룹’은 약 120명에 이른다. 로펌 중 최대 규모다. 10여년 전부터 산업안전 사건을 담당해온 기존 EHS팀(환경·보건·안전)을 주축으로, 형사팀, 컴플라이언스팀, 건설팀, 제품안전팀, 인사노무팀, 기업지배구조팀 등이 그룹으로 뭉쳤다.
 
법률 전문가뿐 아니라 산업계, 학계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위원들도 함께 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기술적 판단을 토대로 탄탄한 법률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룹 중대재해형사팀의 홍용준 변호사와 EHS팀 조서경 변호사를 만나, 김앤장의 중대재해 사고 대응 과정에 관해 들어봤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홍용준 변호사=이 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의무’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 그런데 현행 시행령만으로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더 명확히 규정하고 법 집행기관 입장에서도 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그간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된 일부 규정들은 시행령 개정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감축 패러다임을 기업 자율과 예방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업의 재해 예방 의지가 꺾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조서경 변호사=중대재해법이 기본적으로는 처벌법이지만, 법 목적을 설명하는 조항에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는 것만이 이 법의 목표라고 볼 수는 없고, 또 엄한 처벌만이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지 않겠나. 자율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기업의 재해 예방 의지가 꺾이지 않고 유지될 지는, 앞으로 구체화될 로드맵에서 제도 운용의 묘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릴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후로 기업들이 최고안전책임자(CSO)라는 직책을 만들었다. 대표이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일률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 주체인 ‘경영책임자’는 많은 경우에 대표이사가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아니라도 이에 준해 안전·보건 관련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이른바 CSO도 해당할 수 있다. CSO가 예산이나 인력 조직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경영책임자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향후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법 제정 이전에는 안전 전담 부서의 위상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CSO 등 고위경영진이 전담하는 조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내부에서도 안전관리와 사고 예방에 전보다 더 힘을 실을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중대재해법의 궁극적 목적이 중대재해 예방이라면 대표이사가 일일이 다 챙기지 못하는 안전관리를 전문성과 책임감, 권한을 갖춘 CSO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앤장에는 이전에도 EHS팀이 있었다. 중대재해대응그룹으로 확대하면서 바뀐 점은.
 
=기존 EHS팀은 주로 환경과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사항을 어떻게 준수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중대재해대응그룹은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시스템 구축과 이행점검 등 사전 컨설팅적 자문을 비롯해, 중대재해 발생시 수사와 조사 대응 등 사후 위기관리적 차원의 업무를 포괄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단순히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형사 측면의 문제뿐만이 아니고 정부 기관의 안전진단 명령이나 특별근로감독 등 행정조치와 이에 따른 행정소송, 또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등 여러 법률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도 나올 수 있다. 대체품을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도급 관계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중대재해를 당한 경우에도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해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이 같은 여러 쟁점거리를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생겼다. 
 
사고 발생시 대응 과정은.
 
=사고 발생시 현장에 바로 출동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가 난 회사는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황하지 않도록 지원한다. 수사기관에서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자료도 많은데 자료 검토나 조사 참여 등을 돕는다. 때로는 일주일 가량 상주를 하면서 수사기관에 대응한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 특성별로 사건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달라진다. 가령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건설 관련 법률과 규제 등에 정통한 변호사들이 업무를 맡는다. 또 폭발 사고 같은 경우에는 왜 폭발했는지 등 기술적인 분석이 필요할 수 있다. 이에 산업계나 학계 등 근무 경험이 있는 기술적인 전문가들도 참여해 사고와 수사 대응을 돕는다.
 
=사고 발생 초기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관계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정확하지 않은 얘기를 수사기관에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원인 등 사실관계 확인은 최대한 신속히 이뤄질수록 좋다. 수사 대응뿐 아니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수사 대응이 끝나고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송무 전담 변호사들이 합류한다. 수사 단계부터 사건을 맡아온 변호사 등 전문가들에 더해 재판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함께 사건을 맡는 식이다. 
 
여러 로펌들이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팀을 꾸렸다. 김앤장만의 차별점은.
 
=두터운 맨파워, 그리고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차별화된 강점이다. 우리는 지난 2013년부터 EHS팀을 운영했다. 환경이나 산업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많다. 재해, 사고 담당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들도 갖췄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법 관련 자문 경험도 많다. 
 
=법률적 전문가들뿐 아니라 기술 전문가들도 많다. 법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 분석 등 기술적인 판단이 튼튼히 받쳐줘야 한다. 기술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중대재해법 대응에 큰 도움이 된다.
 
중대재해법으로 달성하려는 건 결국 사고 예방이다. 기업에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법령상 요건의 준수는 그야말로 ‘최소한’인 것이며, 기업에서 더 적극적으로 종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꾸준히 한다면 실제로 재해발생을 유의미하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SG경영이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라는 점에 많은 기업이 공감할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여겼으면 한다.
 
(왼쪽부터)김앤장 법률사무소 중대재해대응그룹의 홍용준 변호사와 조서경 변호사. (사진=김앤장)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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