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3명 "임성근, 직무 집행서 중대한 헌법 위반"
"헌법질서 수호·유지 관점 고려해야…탄핵심판 이익 있어"
"선배 법관 조언 합리화, 사법권 보호·침해 경계 없는 반증"
입력 : 2021-10-28 16:59:17 수정 : 2021-10-29 10:28:3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한 가운데 3명의 재판관은 "직무 집행에서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28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은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각하 의견과는 달리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했더라도 탄핵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헌행위 여부 판단도 파면 못지 않게 중요"
 
유 소장 등은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란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가지고 있고, 고위공직자의 임기 만료 근접 시기에 이뤄진 위헌·위법 행위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통해 탄핵심판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며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의 관점에서 파면 여부 그 자체에 대한 판단 못지않게 탄핵심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사법부 내부로부터 발생한 재판의 독립 침해 문제가 탄핵소추 의결에까지 이른 최초의 법관 탄핵 사건"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질서 내에서 재판 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 침해 문제를 사전에 경고해 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내용 소송지휘, 위헌성 중대"
 
이들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담당 재판장이나 주심판사에게 특정한 내용의 소송 지휘, 공판 절차 회부에 대한 재고, 이미 선고된 판결의 판결서에 대한 이유 수정 등을 요구한 것이 직무 집행 과정에서 헌법을 위반하고, 그 헌법 위반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의 재판 개입 행위는 형사수석 부장판사란 지위에서 사법 행정 체계를 이용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여러 재판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피청구인이 담당 재판장이나 담당 판사에게 요구한 사항은 실제 재판 결과와 모두 일치하고, 이는 피청구인이 요구한 사항이 실제 재판에 그대로 실현된 것과 같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피청구인이 다른 법관의 재판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의심을 강화한다"며 "피청구인은 사법 행정 담당자의 재판 개입이 재판의 결과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품도록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산케이 지국장 사건, 재판 적극 개입"
 
아울러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청와대와 긴밀하게 소통한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며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은 청와대 비서관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이나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에 대해 상당 부분 공유했고, 사건 진행 초기부터 피청구인을 통해 해당 재판부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피청구인에게 다양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법관에 대한 신분 보장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며 "따라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 해당해 피청구인을 그 직에서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런데 피청구인이 2월28일 임기 만료로 퇴직해 그 직에서 파면할 수 없으므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함을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며 "따라서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고 결론 내렸다.
 
김 재판관은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수석부장판사의 지위에서 소속 법원 판사들의 재판에 개입한 것을 선배 법관의 조언이라 합리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권의 독립에 관한 본질적 영역의 보호와 이를 침해하는 행위 사이의 규범적 경계가 설정돼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며 "따라서 이 사건은 반드시 본안에 나아가 피청구인의 행위가 갖는 헌법적 의미를 확인하고 해명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사법독립 제도적 한계 극복 시작해야"
 
또 "피청구인의 행위가 우리 사법의 제도적 근간과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로서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해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 대해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사건 △2015년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명령 공판 절차 회부 사건 등에서 판결 내용 사전 유출 또는 판결 내용 수정 선고 지시 등의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이날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명의 각하 의견, 재판관 1명의 심판 절차 종료 의견, 재판관 3명의 인용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임성근 판사 탄핵 촉구 시민 의견서 헌법재판소 제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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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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