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라임 펀드런' 원인으로 우리은행 지목…검찰 수사 급물살 탈까
손태승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8명 사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
"라임 플루토 일부자산 매각 위한 PAG 미팅에 우리은행 참석"
2019년 우리은행-라임간 대화록 검찰에 제출
입력 : 2021-10-26 12:00:00 수정 : 2021-10-26 22:28:03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희대의 금융사기 스캔들 ‘라임 펀드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다.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펀드 설계·운용에 관여한 정황들과 이종필 전 부사장의 주장이 공개되며 그간 지지부진했던 우리은행 수사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관건은 우리은행을 통한 ‘라임 TOP2 밸런스펀드’ 가입 피해자들이 투자 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느냐다.
 
우리은행을 통해 라임 펀드에 가입한 피해자들은 조만간 서울남부지검에 우리은행 기소를 촉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26일 현재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은 라임 펀드 사기적 부정 거래 및 불완전 판매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기훈)는 이 증권사들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당 거래 및 부당 권유 행위의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정작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은 아직까지 기소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장외 공방만 격화되는 모습이다.
 
라임자산운용의  ‘TOP2 밸런스펀드’ 우리은행 재판매 요청서
 
라임 펀드 사기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달 검찰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8명을 사기(특경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했다. 

고소·고발장은 우리은행이 2019년 2월경 펀드 선취 판매 수수료를 극대화하기 위해 라임운용에 6개월 단위의 만기 펀드 설정을 기획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라임 TOP2 밸런스펀드’는 위험등급 4등급의 펀드로 만기가 연 단위가 아닌 6개월로 설정됐는데 이를 우리은행이 먼저 라임운영 측에 강력 요청했다는 주장이다.
  
이 전 부사장 측이 검찰에 제출한 2019년 1월초 우리은행 직원과 라임자산운용 임원간의 대화록을 보면 우리은행 직원이 “우리 내부적으로 (라임 펀드 만기를) 6개월로 결정했다”고 언급하자 라임운용 임원은 “운용보수로 고객 수익률을 메우는 사안을 체크해보겠다. 다만 회사 분위기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에 우리은행 직원은 “다음주 바로 판매할 것”이라며 “(위에서) 엄청 푸시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장이 제출한 고소·고발장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펀드에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리은행에 여러 번 고지했으나, 우리은행이 이를 무시하고 롤오버(만기 시 재판매)를 약속했다. 이후 우리은행이 약속과 달리 롤오버가 불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판매사와 운용사간 통상적인 업무협의를 통해 6개월 만기 펀드가 출시되었다며, 당시 판매 1위 사모펀드사인 라임펀드를 상대로 우리은행의 일방적인 6개월 펀드 설정에 대한 요청은 없었다”고 전했다.
 
라임 모(母)펀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공유
 
또 2019년 2월 우리은행은 TRS 제공 증권사에 라임 모(母)펀드 스트레스 테스트 값(위험도 평가)을 요청해 그 결과를 같은 해 3월 서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장 등에 따르면 이 증권사 측은 당시 ‘라임 플루토’ 손실률이 -30% 이상으로 측정됐다는 내용의 스트레스트 테스트 결과를 우리은행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같은 해 4월 우리은행은 라임운용 측에 ‘TOP2 밸런스 펀드’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우리은행이 해당 펀드의 리스크를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으로 지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방법이라 부실을 미리 인지했다고 보기엔 근거가 다소 미약하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이 같은 결과를 투자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2019년 4월 초 예약 물량을 판매한 사실도 불완전 판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조계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신규 재판매를 중단했다하더라도 2019년 4월9일 이후 예약 물량을 판매한 것에 대해 형법상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일 우리은행이 기소돼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면 해당 펀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예약 물량 판매와 신규 재판매 중단 모두 리밸런싱(비중 조절)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리스크를 먼저 인지한 게 아니라 예약 물량은 미리 예약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판매를) 진행한 것이고,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은 당시 우리은행에서 판매하던 라임 펀드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부실을 미리 인지한 게 아닌 판매량 조절 목적에서 신규 펀드 판매를 중단했다는 부연이다.
 
당시 라임자산운용은 우리은행에서 판매했던 6700억원 규모의 ‘TOP2 밸런스 펀드’ 만기도래를 앞두고, 펀드 추가 판매를 통해 환매 자금을 급하게나마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라임 측의 펀드 재판매 요청을 거절했다.
 
최종적으론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신규 재판매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법적 책임에서 비껴갈 수 있었다.
 
6개월 만기 ‘라임 TOP2 밸런스펀드’에 대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자필 문건
 
반면 애초 우리은행의 요청으로 재판매를 전제한 6개월 만기형 펀드 ‘TOP2 밸런스 펀드’를 만들었는데 우리은행이 롤오버 약속을 어기면서 오히려 ‘펀드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이 전 부사장 측 주장이다.
 
라임 사태 발생 직전인 2019년 9월경에는 발등에 불이 붙은 라임자산운용이 당장 유동성 문제를 막기 위해 ‘TOP2 밸런스 펀드’의 모(母)펀드인 ‘플루토 FI D-1호’ 일부 자산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PAG에 넘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 과정에는 우리은행 직원들이 PAG 미팅에 참석했다는 게 이 전 부사장 측 전언이다. 하지만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고 자금조달 실패와 함께 라임운용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맞이했다.

아울러 이 전 부사장은 당시 정모 부행장이 자신에게 우리은행의 이모작(6개월 만기 설정)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달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라임 펀드 투자사 등을 조사하면서 기초자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윗선에 보고해 그나마 신규 판매를 막았다는 얘기도 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 검찰은 1년 넘게 이렇다 할 수사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딘 수사에 우리은행 피해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우리은행 라임 피해자 대책위 관계자는 “다시 고발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검찰 수사가 너무 길어져서 피해 규모 3억원 이하인 분들 중에는 원금을 포기하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에 따른 우리은행 배상을 받아 소를 취하한 사람도 많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라임 펀드 관련 우리은행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며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형사 6부에서) 우리은행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라임 펀드 재판매를 청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갑근 전 고검장의 지난 13일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모 우리은행 부행장은 라임 펀드 판매 지시 등에 관해 “잘 알지 못 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인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본점. 사진/우리은행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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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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