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_당신도 혐오받고 있다)③'말뿐인 성평등'이 남혐·여혐으로 변질
일관성·알맹이 없는 정책, 되레 '역차별' 논란 조장
정치권, 주요 선거 앞 '표심' 잡기용으로 갈등 조장도
입력 : 2021-08-03 18:07:56 수정 : 2021-08-04 17:49:2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정부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성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제각각인 목소리 탓에 오히려 젠더 혐오를 부추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 시작이 성평등을 이루자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아닌, 왜 차별하냐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페미니즘' 논란이다.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들어 페미니즘은 '페미', '꼴페미' 등으로 변형되며 원래 뜻보다는 남성을 혐오하는 뜻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특정 성비가 많은 직업 앞에 다른 성별이 붙을 경우에는 성평등 논란과 젠더 혐오가 동시에 불 붙기도 한다. 여성 비율이 많은 간호사일 경우 '남자 간호사', 남성의 비율이 많은 경찰은 '여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이것이 남녀 직업 '편 가르기'라는 갈등으로 이어지며 직업 비하로 이어지고 있다. 남자 간호사를 줄인 일명 '남간'은 여성 간호사들의 허드렛일을 하는 직업으로 인식되거나 여성 경찰은 현장 대응이 미숙하다며 '치안조무사'로 폄하되기도 한다.
 
특히 간호조무사의 경우는 의료진의 업무를 보조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대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게 비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치안조무사 처럼 여자 경찰을 비하하는 것을 넘어 국가대표 축구팀을 조롱하는 '축구조무사' 등이 그 예다.
 
기업의 경우도 젠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대 대형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여성 우대 논란이 불거졌다. 주 고객층이 2030 남성세대인 무신사는 논란이 격화 되자 지난 6월 결국 대표가 사퇴하며 일단락 됐다.
 
GS25도 지난 5월 남혐 포스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GS25 포스터에 나온 캐릭터의 손 모양이 남혐 표현과 동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GS25 불매운동 등 논란이 번지자 GS25 측은 포스터를 수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20대를 중심으로 한 남녀 간 갈등은 '이대남(20대 남자)'과 '이대녀(20대 여자)'라는 신조어로 탄생하기도 했다. 남성은 각종 여성 우대 정책 등으로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성은 성별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며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대남 표심잡기에 나선 대선 공약을 앞다퉈 내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내건 '남녀공동복무제', '남녀평등복무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남성에게만 한정됐던 국방의 의무를 여성에게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 여성 군복무로 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좋으나 이것이 '남자에게 불리하다'는 젠더 갈등으로 번지면서 논점이 흐려진 사례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혐오 논란이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평등을 향한 '순기능' 보다는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편향된 인식으로 인한 '역기능'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토대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라며 "혐오는 사회에서 범죄나 차별 등 좋지 않은 현상이 일어날 경우 내 성별에 대한 방어가 다른 성별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8일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 회원들이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성평등을 대차게, 집요하게, 끝까지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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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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