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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치료제로 코로나19 환자 증상 완화?
부데소니드, 미국 이어 영국서도 효능 확인…유나이티드제약·대한약품 등 주목
너도나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호재 가치는 희석 중
2021-04-26 01:00:00 2021-04-26 01: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바이오 열풍이 몰아칠 때에도 소외돼 있던 중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천식 치료제로 쓰이는 부데소니드 덕분이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이 천식 흡입 치료제 부데소니드가 코로나19 초기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임상3상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25일 제약업계와 메드아카이브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이번 임상은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또는 50세 이상 기저건강 문제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에게 14일 동안 하루 2회 800μg씩 부데소니드를 흡입하게 한 결과 환자의 회복기간을 3일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4일 내에 회복돼 28일까지 이상이 없는 비율은 부데소니드 흡입군 중 32%로 대조군 22%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부데소니드 치료군 중 입원한 환자비율(8.5%)도 표준관리환자(10.3%)보다 낮았다. 
 
연구진은 영국 내 코로나19가 주춤해져 예상보다 입원환자가 줄어드는 바람에 입원 감소효과는 데이터를 더 분석해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부데소니드가 코로나19 초기에 가정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인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부데소니드는 최근에 개발된 신약이 아니다. 지난 20여년간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를 위해 널리 처방된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부신피질호르몬) 제제로 모든 연령대가 쓸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월 외신과 국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 증상 발현 후 7일 안에 부데소니드를 흡입할 경우 응급치료를 받거나 입원할 위험이 90%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도 미국 텍사스주 병원 3곳에서 코로나19 환자 400여명에게 부데소니드를 처방한 결과 증상이 완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처럼 천식 치료제가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부데소니드로 약제품을 만드는 중소 제약사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대한약품, 대원제약 등 3곳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원래 순환기계, 소화기계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약업체지만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아포르모테롤과 부데소니드를 복합처지하는 치료제 ‘UI030’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이 치료제의 임상실험 결과 미처지군보다 바이러스 증식을 약 90% 억제했다고 발표했다. 
 
대한약품은 수액을 만드는 회사로 매출 대부분이 수액에서 발생하지만 미분화 부데소니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부데코트 흡입액도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화이자의 백신을 주사할 때 대한약품이 생산하는 멸균생리식염수 등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수혜주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원제약도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을 만드는 전통적인 제약사다. 다만 부데소니드 성분의 의약품을 식약처로부터 허가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련주로 이목을 끌었다. 
 
세 곳 모두 주력 의약품이 있는 중소 제약업체인데 코로나19라는 화제성을 만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가 미국 텍사스에서 소식이 전해진 지난여름에 주가가 급등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이후 올해 초까지 상승분을 되돌리며 하락하다가 지난 2월에 영국에서 전해진 뉴스로 인해 재부각된 것이다. 
 
셋 중에서도 주가 상승이 돋보이는 기업은 대한약품이다. 주가차트를 보면 2월말부터 자극을 받아 오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월말일 3만3750원이던 주가는 현재 4만5000원까지 33%나 올랐다. 평소 주가 변동성이 낮았던 종목이라 더욱 커 보이는 상승률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꾸준히 순매수한 것도 특징적이다. 
 
유타이티드제약 역시 2월말부터 상승을 시작했으나 UI030의 항바이러스 동물효력시험 결과를 발표한 3월23일 주가가 급락한 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이밖에 휴온스도 부데소니드와 살메테롤을 복합처지하는 치료제 ‘제피러스’를 개발 중이다. 다만 이 회사의 주가는 부데소니드보다는 러시아의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에 더 크게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휴온스의 최대주주인 휴온스글로벌이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휴온스도 CMO 생산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참여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대원제약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 상승을 시작한 모습이다. 지난 8일 1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1만8450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부데소니드 치료 효과라는 호재는 지난해 여름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이것이 각 제약사들의 실적을 얼마나 키워줄 수 있을지는 아직 가늠조차 어렵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많아 실제로 얼마나 쓰일지도 알 수 없다. 즉 현재 주가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다른 유형의 치료제 개발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 치료제’가 호재로서 지닌 가치는 더욱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이들은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꾸준한 실적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관련주들이 급등할 때 따라 사는 추종매매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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