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위, 벼락거지 양산 멈춰야
입력 : 2021-01-20 06:00:00 수정 : 2021-01-20 06:00:00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거지가 돼 있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나도 모르는 순간 거지가 됐다.”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현 정부 들어 집값 폭등으로 집이 없는 사람과 집을 가진 사람 간 자산 격차가 벌어지면서 생긴 말이다. 매일 아파트 신고가가 경신되면서 저들 사이의 간극도 점점 커진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패닉바잉’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선 정부가 반시장적인 부동산 정책을 반복적으로 쓴 탓이 크다.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원리로 작동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니 정부가 가격을 잡겠다고 무리하게 개입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24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그때마다 집값은 날아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25평 아파트는 노무현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1월 3억1000만원에서 지난달 11억9000만원으로 3.8배 올랐다. 18년 동안 상승한 8억8000만원 중 60%인 5억3000만원이 문재인정부 시기에 뛰었다. 문재인정부는 강도 높은 규제가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생각했으나,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벼락거지를 낳은 실책의 또 다른 축은 대출규제다. 비상식적일 만큼 무리한 대출규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만 앗아갔다. 과거에는 집을 살 때 통상 집값의 70% 정도는 주택담보대출로 해결했다. 당장 가진 게 없어도 열심히 저축하면 서울에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무주택자는 서울에 집을 사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무주택자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면서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강북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원을 넘어섰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LTV가 40%다.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데 대출금은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내 돈 4억8000만원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5억원에 가까운 현금 자산을 갖고 있는 무주택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가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신용대출마저 조이면서 ‘영끌’도 이젠 옛말이 돼가고 있다. 세간에선 “무주택자는 평생 무주택으로 살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세 가격도 덩달아 뛰어 이제는 전셋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대출규제 주무부처로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정책 헛발질을 도왔다. 작금의 현실은 이렇듯 두 부처가 만들어낸 인재(人災)다. 가계부채를 관리할 책임이 금융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대출을 억누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금융소비자와 부동산 시장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답이 들린다. 고정금리 활성화, 대출심사 강화, 상환 계획 점검 등 리스크를 막을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최소한 무주택자에만큼은 유연한 자세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더 이상의 양극화와 벼락거지 양산은 안 된다.
 
김의중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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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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