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이 해외투자로 이어지면서 ‘서학(西學)개미’를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별로는 최소수수료를 폐지하고 거래국가를 확대하는 등 시스템을 개편하는 한편 거액의 현금이나 경품을 내거는 곳도 등장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해외주식·채권 거래금액)은 40억670만달러(한화 약 4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억5300만달러)보다 280.5% 증가한 규모다.
작년 한해 3234억달러(354조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외화증권결제액은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미국과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노린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국내를 넘어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해외주식투자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메리츠증권은 이달부터 해외주식거래 가능 국가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등 11개국으로 확대하고 미국 주식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소 수수료를 폐지했다. 기존 해외주식 거래에서는 매매금액과 상관없이 10달러(오프라인 기준)의 최소 수수료를 내야 했으나 앞으로는 0.50%(온라인 0.25%)의 정률 수수료만 부과하는 것이다. 과거 메리츠증권 영업점에서 애플주식을 15만원(환율 1100원 가정)에 매수했던 투자자의 경우 기존에는 최소수수료를 포함해 1만1000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는 750원의 수수료만 내면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오는 14일부터 미국, 중국(선강퉁·후강퉁), 홍콩시장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소수수료를 폐지한다. 현재 한화투자증권은 미국·중국·홍콩시장 직접 투자 시 각각 10달러, 50위안, 70홍콩달러의 최소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은 0.25%(오프라인 0.5%), 중국과 홍콩은 0.30%(0.5%)의 정률 수수료만 적용한다.
이밖에 KB증권은 내달 말까지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주식 온라인 수수료를 0.07%만 부과하며 유안타증권은 연 6% 수준인 해외주식 통합증거금 서비스 이용료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키로 했다.
해외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고가의 경품을 지급하는 등 증권사 간 유치전도 치열하다. 삼성증권은 이달 말까지 처음 해외주식거래를 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달러를 지급하며 해외주식 타사대체 입고한 고객에게는 입고금액에 따라 최고 1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유안타증권은 내달 28일까지 국내와 해외 주식, 파생상품을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테슬라 전기자동차 2대 등 경품을 증정하는 '유안타슬라 이벤트'를 실시하며 교보증권은 오는 3월말까지 해외주식을 거래한 투자자에게 최신형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투자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국내주식 거래수수료보다 (해외주식 수수료가) 더 높고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점에서 타사대체 입고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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