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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검찰 판사문건, 법관회의서 논의하자"
"신상정보 수집에 동의한 분 있나...검찰의 법원 길들이기 작업"
2020-12-03 13:18:30 2020-12-03 19:41:0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의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뒷조사'로 규정하고 이 문제를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망에서 법관 분석 문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한 사건을 기소하면서 무죄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사전 작업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독 특수 공안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면 언론사에서 ‘판사가 ooo 연구회 출신인데, 전에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네’, ‘판사가 친기업적인 판결을 계속 하고 있네’, ‘판사가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판결을 계속 하고 있네’라는 기사를 낸다"며 "그 기사가 검찰이 그런 정보를 언론사에 제공해서 나오는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검찰의 법원 길들이기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판사님 중에 그 문건 작성 검사에게 여러분의 신상 정보를 스스로 말하거나, 여러분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하신 분이 계시냐"며 "여러분의 동의가 없었다면 검찰이 여러분 몰래 여러분의 정보를 수집한 것 즉 뒷조사"라고 못박았다.
 
장 부장판사는 "국가기관이 이러면 안 된다"며 "특히 사건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뿐만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살펴야 하는 객관의무가 있는 검사가 오직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런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검사들이 회람을 하다니요. 판사는 인격이 없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개인 사생활과 재판 성향을 공적인 기관을 통해 분석하여 문서화 시켜 총장 결재까지 받은 서류를 공판 검사에게 제공하고, 미리 판사 성향을 공부하고 법정에 들어온 검사와 그런 정보도 없이 들어온 피고인, 누가 더 유리할까"라며 "이미 50%는 검사가 먹고 들어가는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검사가 판사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려는 태도는 공정하지 않고 자기 명예만 중시하는 태도라고 장 부장판사는 꼬집었다.
 
그는 법원이 침묵할 경우 다른 국가기관도 판사 개인정보를 모아 조종하는 기법이 발전할 것이라며 전국법관회의 때 이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했다. 장 부장판사는 "판사의 무의식을 이용한 조종이 제일 위험하다"며 "일정 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회의 안건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댓글로 꼭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하였는지 조사하여 법관대표회의에 보고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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